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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日 축구대표팀, 후임 감독까지 내정?

'풍전등화' 日 축구대표팀, 후임 감독까지 내정?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할릴호지치 감독 입지가 벼랑 끝에 몰린 인상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이미 후임 대표팀 감독이 내정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차기 수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은 '2016 리우 하계올림픽'에서 일본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데구라모리 마코토다. 그는 지난 9월 일본 국가대표팀 코치직에 다시 정식으로 복귀했다.

오는 6일과 11일 아시아 전역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가 일제히 치러진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과 함께 B조에 속해 있는 일본은 6일 이라크와 홈에서 3차전 경기를 치른 뒤 오는 11일에는 강팀 호주와 맞붙기 위해 긴 원정길에 오른다. 승점 3점으로 B조 3위에 올라 있는 일본으로서는 10월 두 경기 승리가 절실하다.

일본은 지난 9월 초 치러진 최종예선 1, 2차전에서 큰 곤혹을 치른바 있다. 무엇보다 출발이 좋지 않았다. 최종예선 첫 경기였던 아랍에미리트전(이하 UAE)에서 2-1로 패했다. 당시 안방에서 치른 UAE전서 패배라는 최악의 결과는 물론 심판 오심에 의한 실점 장면까지 나오면서 일본 대표팀은 이후 엄청난 역풍에 시달려야 했다. 2차전 태국 원정에서 2-0 승리를 챙긴 뒤에도 일본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진출 가능성에는 불안감만 증폭된 상황이었다.

결국 두 경기 이후 일본 주요 언론에서는 할릴호지치 감독이 리우 올림픽 일정을 마무리 한 데구라모리 감독의 국가대표팀 코칭 스태프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는 보도가 일제히 쏟아지기도 했다. 앞으로 1년 가까이 계속되는 월드컵 최종예선 일정 중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경기 중에, 혹은 경기를 전후해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 나올 경우 이를 커버해 줄 '가교'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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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불과 한 달 만에 일본 대표팀을 둘러싼 분위기가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5일 이라크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할릴호지치 감독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질문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반면 대표팀 훈련장에 합류한 데구라모리 코치가 자신이 올림픽대표팀에서 지휘했던 선수들, 일본 대표팀의 주축 전력인 유럽파 선수들과도 활발히 의사소통을 하는 등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할릴호지치 감독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에둘러 불만을 표출했다.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로부터 "최근 일본대표팀의 수준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은데 원인이 무엇인가"는 질문을 받은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의 수준이 떨어졌는지, 어떤지에 관해서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팀은 1년 전에 이라크를 4-0으로 이겼던 팀이고, 이번에도 승리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만 나는 축구 이외의 것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라크 대표팀은 상당히 오랜 기간 합숙훈련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밝히며 대표팀 운영에 대해 여러모로 아쉬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칸스포츠'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축구 외적인 어려움'에 주목한 듯 기자회견 이후 감독이 선수 누구도 도착하지 않은 텅 빈 그라운드에서 한참 동안 홀로 뛰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닛칸스포츠' 외에도 '일간 겐다이' 등 몇몇 일본 언론들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론과 날선 논쟁을 벌여 온 할릴호지치 감독이 10월 최종예선 경기를 앞두고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간 겐다이'는 할리호지치 재팬이 10월 치러지는 이라크, 호주 전에서 단 한 경기라도 패할 경우 당장 11월부터 감독 교체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은 오는 11월 오만 대표팀과 친선전을 치를 예정인데 일본축구협회가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할 경우 오만전부터 데구라모리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이후 11월 15일 자국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사우디아라비아전을 통해 본격적인 차기 감독 행보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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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쌍벽을 이루며 존재감을 지켜 온 일본이지만 최근 1, 2년 사이 축구 대표팀 성적은 신통치 않다. 2015 아시안컵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아기레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자국 스페인 법원의 조사를 받는 등 내홍을 겪었고 이후 급하게 선임한 할릴호지치 카드도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올림픽대표팀도 정작 본선 대회에서는 졸전을 펼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 '대표팀 축구'에 대한 위기감은 서서히 불신으로 뒤바뀌는 분위기다. 데구라모리 마코토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할릴호지치 감독의 국가대표팀 합류 요청에 한 차례 난색을 표했다는 보도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 국가대표팀에는 데구라모리 감독이 발탁한 23세 이하 선수들이 대거 합류해 있는 상황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데구라모리 코치의 존재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혼다 케이스케, 가가와 신지 등 일본 대표팀 에이스로 군림해 오던 유럽파 선수들은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레스터 시티의 오카자키 신지 등 프리미어리그 소속 주요 선수들도 이번 시즌 초반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얻지 못해 떨어진 경기 감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

'일간 겐다이'는 "대표팀 일부 선수들은 10월 소집 기간 동안 할릴호지치 감독이 한 차례도 미팅을 소집하지 않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자 이미 '감독 교체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분위기다. 팀 전체적으로 큰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데구라모리 감독이 지휘봉을 넘겨 받을 것이라 예상하는 선수들도 많아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일정은 2017년 9월에나 마무리 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출발이라면 최대한 빨리 바로 잡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감독 입지를 둘러싼 '레임덕'이 경기 자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누구에게도 명백한 손해다. 그로 인해 경기를 망치게 되면 그 결과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고, 책임을 추궁 하기에도 늦다. '풍전등화'에 놓여 있는 일본 축구대표팀의 과오는 중요한 참고 사례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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