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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평창올림픽 경기장 책임자 아직 못 정했다

[취재파일][단독] 평창올림픽 경기장 책임자 아직 못 정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4개월밖에 남지 않는 가운데 6개 신축 경기장의 책임자를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평창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건설 중인 신축 경기장의 경우 언제까지 강원도가 책임지고, 언제부터는 평창 조직위가 책임질 지 지금까지도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과 국제루지연맹(FIL)이 평창 조직위원회에 보낸 공문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과 국제루지연맹(FIL)이 평창 조직위원회에 보낸 공문
이 같은 사실은 지난 9월 15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과 국제루지연맹(FIL)이 평창 조직위원회에 보낸 문서에서도 그대로 확인됩니다. IBSF는 평창 조직위원회 김재열 국제부위원장과 백성일 운영사무차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썰매종목 경기가 열리는 슬라이딩 센터에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조속한 시정을 요구한다”면서 “슬라이딩 센터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정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공문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누가 책임자인지, 그 운영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또 어떤 전문 기술이 요구될 지와 관련해 의미 있는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저희가 가장 최근에 받은 슬라이딩 센터 운영 계획에는 신뢰할만한 어떠한 정보도 없었습니다. ‘누가 무엇의 담당자다, 여기에 연락해봐라, 저기에 연락해봐라’하며 저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중지되어야 합니다.

저희는 슬라이딩 센터의 모든 시설을 담당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책임자 딱 1명을 지정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사방팔방으로 질문을 떠넘기시는 태도에 지쳐있으며, 경기장 전반에 권한을 가지고 결정하고 예산까지 배정할 수 있는 트랙의 진짜 관리자를 요구해왔습니다.“


이 공문을 받은 평창 조직위와 강원도의 고위 관계자들은 5일 뒤인 9월 20일에 대응 조치 마련을 위해 대회운영 회의를 열었습니다. 강원도는 “슬라이딩센터 공정률은 현재 93%로 금년도 대부분의 건설은 마무리 단계이다. 2017년 비대회기간은 5개월이며, 대부분 조직위에서 각종 경기를 위하여 사용하므로 총괄적인 역할은 조직위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평창 조직위는 총괄책임자 선임에 동의했고 태스크포스(TF) 형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2011년 7월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 경기가 열리는 평창 슬라이딩 센터는 2013년 10월에 착공했습니다. 다른 5개 신축 경기장도 상황은 거의 비슷합니다.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 지 5년이 넘었고 착공한 지도 대부분 3년이 됐는데 경기장 총책임자가 지금까지도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은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요? 평창 조직위 관계자는 이렇게 내막을 털어놓았습니다.

“올림픽 경기장을 신축할 경우 완공될 때까지 모든 책임은 건설 주체인 강원도가 지는 것이 원칙이고 국제 상식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3개월 앞둔 2017년 11월쯤에 평창조직위가 인수하면 그때부터는 조직위가 책임을 지는 것이고 대회가 끝나면 다시 강원도가 운영과 관리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강원도는 가능하면 조직위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책임을 떠넘기려면 건설에 관련된 모든 권한도 넘겨야 하는 게 그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각 종목 국제연맹이 지적하는 사항은 조직위가 알아서 대처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강원도는 왜 국제 상식대로 하지 않는 것일까요?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관리 주체는 당연히 강원도이고 책임도 강원도가 1차적으로 져야 합니다. 내년 11월까지도 이런 의무를 다 해야 하는 게 국제 스포츠의 관례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데 있습니다. 국내 체육계의 한 인사는 “올해 안에 대부분의 경기장이 완공되는데 원칙대로 강원도가 내년 10월-11월까지 책임지면 그때까지 관리 운영비를 모두 내야 한다.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강원도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평창 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제7차 IOC 조정위원회가 오늘(5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에 들어갔습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오늘 평창 슬라디딩센터를 비롯한 각종 경기장을 방문해 준비 상황을 직접 살폈습니다. 다음 달 부터는 올림픽 모의고사격인 총 31개의 테스트 이벤트가 열립니다.

평창 올림픽은 이제 사실상 실전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비상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도 성공적인 개최가 힘든 상황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의 양대 기둥인 강원도와 평창 조직위원회는 지금까지 경기장 관리 주체도 명확히 하지 못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치열한 반성과 함께 심기일전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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