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한미약품, 14시간 늑장 공시…그동안 뭐 했나

<앵커>

친절한 경제입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우리 주식시장이 아주 큰 파동을 겪었습니다. 한미약품이라는 회사가 낸 공시 때문인데 하루 만에 한 2조 원 넘게 주식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는데요, 이게 웬일인가요?

<기자>

공시라는 게 굉장히 주식시장에서 중요하거든요. 왜냐하면, "주가가 오르고 내릴만한 큰 뉴스가 있으면, 너희들끼리만 알지 말고 널리 알려라." 그래야 슬쩍 누구한테 줬다가 이득을 엉뚱한 사람이 볼 수도 있으니까.

<앵커>

이것 때문에 주식값이 엄청 왔다 갔다 할 수 있잖아요.

<기자>

할 수 있죠. 한미약품이 작년에 신약 개발해서 해외에 팔았다고 해서 몇조 원씩 벌었다. 그래서 화제가 됐던 회사인데, 이 회사가 목요일 주식시장 끝나고 오후 늦게, 우리가 또 신약을 개발해서 1조 원에 외국에 팔게 됐다고 공시를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앵커>

그렇게 되면 아주 좋은 소식이잖아요. 그런데 왜 주가가 떨어졌을까요?

<기자>

여기까지는 당연히 좋은 소식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저 회사가 또 신약 개발했네. 주식값이 오르겠네." 생각을 하고 금요일 아침이 되기를 기다린 겁니다. 주식시장 9시 딱 열리면 주식 사려고요.

그래서 땡 하자마자 주식을 막 사들여서 주가가 5% 정도 올랐어요. 그런데 문제는 30분도 안 돼서 아침 9시 29분에 반대로 아주 나쁜 공시를 내놓습니다.

예전에 외국회사에 8천억 원에 팔았다고 했던 항암제에 문제가 생겨서 계약이 깨졌다는 건데, 이 소식 이후에 곤두박질쳐서, 만약에 아침에 65만 원에 저걸 산 분이라면 오후에는 50만 원까지, 한 20% 넘게 손해를 본 겁니다.

당연히 주식 샀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언제 알았길래 9시 주식 시장 열리기 전에 얘기 안 하고 분위기는 기분 좋게 만든 다음에 30분 뒤에나 뜸 들이다가 발표를 했느냐, 빨리 열리기 전에 발표했으면 내가 안 샀을 것 아니냐, 혹시 먼저 뉴스가 새서 주식을 누군가 갖고 있던 사람이 팔고 나가버린 거 아니냐, 온갖 불만과 의심이 쏟아지게 된 겁니다.

<앵커>

분명히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소식을 아침에 알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거 언제 알았데요?

<기자>

여기서부터가 재밌습니다. 한미약품이 알았던 시간은 전날 저녁 7시예요. 그러면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14시간이나 있었는데, 그동안 뭐했냐, 한미약품 주장은 우리는 잘못한 게 없고 주식시장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라는데 책임이 있다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렇게 큰 뉴스를 발표하려면 거래소에 허락을 받고 내야 되는데, 아침에 거래소에 가서 직원 만나서 직접 논의하고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제도에 문제가 있는 거지 우리가 잘못할 게 아니라는 얘기에요. 얘기 한 번 들어보시죠.

[김재식/한미약품 부사장 : 상당히 중요한 건이기 때문에 담당자하고 직접 대화를 나누고 절차를 밟아서 승인을 받아야 된다라고 생각했고요. 그 과정에서 이 사안의 중요성이나 내용의 복잡성으로 인해서 하는 과정이 좀 지연된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안타깝다는 거는 우리 잘못은 아니다는 얘기죠. 그런데 결국은 30분 동안 주식 샀다가 큰 2조 원 넘게 돈 사라진 사람들은 증권거래소 때문에 피해를 입은 셈이 되는데, 거래소가 그러면 이 얘기를 듣고 뭐라고 했을까가 또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앵커>

거래소 입장에서는 뭐라고 했나요?

<기자>

거래소는 "다 거짓말이다." 굉장히 얘기가 재밌습니다. 왜냐하면, 저런 발표를 할 때 지금 방금 얘기한 것처럼 허락을 받아야 된다고 얘기를 했잖아요. 그런 제도 자체가 없다는 거예요.

그냥 컴퓨터에 적어 넣으면 공표가 되는 시스템이다. 심지어 전날 제가 좋은 공시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때는 거래소에 말도 안 했다는 거에요. 그냥 발표를 했는데 나중에 와서 무슨 승인 받아야 된다는 얘기를 하느냐고 얘기를 합니다.

[채현주/한국거래소 공시부장 : (한미약품이)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서 공시내용을 입력, 전송하게 되면 바로 투자자에게 배포, 공시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거래소 담당 직원이 새벽 6시부터 나와 있었는데, 8시 반에 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하길래 그러면 주식 시장 열리기 전에 9시 전에 발표를 하자고 권했는데도 회사 내부 논의를 한다면서 9시 반에 한 거라고 지금 발표를 거래소에서 공식적으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30분 동안 9시부터 9시 반까지 누가 주식을 팔았는지, 그래서 이득을 본 사람이 회사 관계자가 있는지, 혹시 다른 사람이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거든요. 이 부분은 조사하면 다 나올 겁니다.

만약에 거래소 말이 맞다면 한미약품은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우리나라 회사들이 주식시장에서 하는 말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논란까지 가는 거기 때문에 이 부분은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신뢰를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