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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작전 해역 60%, 北 잠수함에 무방비…사드도 무용지물

[취재파일] 작전 해역 60%, 北 잠수함에 무방비…사드도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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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 SLBM 발사에 사실상 성공하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도 전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핵 시설 등에 대한 국지적 선제 타격론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엄청난 국방비에 빗대 이른바 천조국(千兆國)이라 불리는 미국마저도 잠수함 위협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방증입니다. 잠수함은 핵무기, 생화학무기, 특수전 부대 등과 함께 대표적인 비대칭 전략으로 꼽힙니다.
 
북한 잠수함 위협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부터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이르기까지 북한 잠수함은 우리 안보의 주요 위협 요소로 꼽혀왔습니다. 문제는 이를 알면서도 우리 해군 작전 해역의 60%가 사실상 북한의 잠수함 침투에 무방비라는 점입니다.
 
● 대잠 전력의 핵심 초계기…소요 대수의 절반도 안 돼
 
우리 군은 한반도 주변 수역을 몇 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습니다. 북한 잠수함 침투에 대비해 작전 해역 전체를 감시하려면 최소 36대의 초계기가 필요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지금 해군이 보유한 P-3C 초계기는 16대에 불과합니다. 지켜야 할 곳은 넓고 장비는 부족하니 어떻게 할까요? 결국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 대잠 전력은 대부분 서해와 동해 북방한계선, NLL 부근에 집중 배치돼 있습니다.
 
말이 좋아 선택과 집중이지 집중 감시 구역을 뺀 나머지 해역, 서해와 동해 일부 그리고 남해 거의 전역은 북한 잠수함의 놀이터나 마찬가지입니다. ‘넘어오는 길목만 지키면 됐지 뭐 하러 남해까지 지키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수함이 무서운 건 탐지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길목을 집중 감시한다고 해도 놓치기 쉽다는 겁니다.
 
‘그럼 집중 감시 해역에서도 못 잡은 잠수함을 장비 좀 더 투입해 훨씬 더 넓은 다른 해역에서 잡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질 수 있습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집중 감시 해역을 빠져 나왔다고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는 좀 덜 촘촘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특히 북한 잠수함은 동력원으로 주로 디젤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물 위로 올라와야 합니다. 우리 군으로서는 잠수함을 잡을 수 있는 최적기인 셈입니다. 그 시점은 당연히 우리 군의 집중 감시 해역을 벗어난 뒤인 서해나 동해 외곽 혹은 남해에 도달한 때일 겁니다.
북한 잠수함
● 북 잠수함…사드도 무용
 
미사일 발사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잠수함은 가장 이상적인 무기입니다. 어떤 군사 위성이나 정찰기로도 사실상 사전 탐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미사일이나 방사포 같은 다양한 공격수단을 갖춘 북한이 구태여 코앞에 있는 남한을 공격하기 위해 그 비싼 잠수함을 동원할지는 솔직히 미지수입니다. 어찌됐든 한미 연합 전력의 대잠 감시망을 뚫고 들어와야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그런 결정을 했다고 가정하면 고각으로 발사되는 북한 잠수함의 SLBM은 주한미군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가 배치된다 해도 막을 수 없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사드 레이더의 탐지범위는 120도입니다. 현재 계획대로 1개 포대가 들어온다 해도 레이더가 북한을 향할 게 뻔한 만큼 남해 등 후방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 사드 레이더로는 탐지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우리나라를 겨냥한 무기로 봐야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도발에는 얼마든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강릉 무장 공비 사건이 좋은 예입니다. 특수부대를 투입해 후방을 교란하고 주요시설을 파괴한다면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대잠 전력 보강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 해상작전헬기 보강도 시급
 
해상작전헬기 역시 대잠 전력의 핵심 자산 가운데 하나입니다. 탐지 범위가 초계기 만큼 넓지는 못하지만 구축함과 호위함 등 함정에 탑재돼 필요한 지점에서 즉시 투입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보유 대수가 문제입니다. 이미 생산이 중단된 링스가 주력 헬기인데 20대 정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링스 헬기의 경우, 물속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디핑 소나는 갖고 있지만 정작 그 물체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식별할 수 있는 소노 부이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만약 링스가 물속에서 수상한 물체를 발견했더라도 그 물체를 공격할지 말지 판단하려면 P-3C같은 초계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신형 해상작전헬기인 와일드 캣의 경우, 이 두 가지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또 고성능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전자광학열상장비 등 첨단 탐지 장비도 탑재하고 있어 기능면에서 월등하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6월 4대가 들어온 데 이어 올해 안에 추가로 4대가 도입될 예정입니다. 해외 구매와 국내 개발을 놓고 3년째 시간을 끌었던 추가 도입분 12대도 전력화 시기를 고려해 일단 해외 구매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개발을 통해 전력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캐나다도 해상작전헬기 자체 개발에 나섰다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질 만큼 해상 헬기 개발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해상의 극단적 환경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잠수함 위협이 코앞인 상황에서 시간에 쫓기듯 개발에 덤벼들었다가는 개발도, 전력화도 동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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