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평생 모은 돈 찾아준 형사들에게 닭 10마리 삶아 줄라요"

"평생 모은 돈 찾아준 형사들에게 닭 10마리 삶아 줄라요"
▲ 장애인 축사서 돈 훔치는 40대 (사진=광주 북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중증장애인 A(65)씨는 어렵게 평생 모은 돈 8천만 원을 지난 23일 눈 깜짝할 사이에 도난당했습니다.

등이 굽은 선천성 장애인 A씨는 30여년 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차에 치이는 사고로 한쪽 다리마저 잃었습니다.

그러나 낙담하지 않고 두 팔로 기어 다니듯 소와 닭 등을 키우며 "떳떳하게 죽고 싶다"는 꿈을 꾸며 살았습니다.

장애인 아내와 함께 자식 셋을 명문대에 보내고 취직까지 시켜 최근에는 자식들에게서 용돈도 받아 "이제는 편히 쉴 때도 됐다"는 말도 주변에서 들렸지만, A씨는 두 팔로 축사를 기어 다니며 가축을 길렀습니다.

소를 키우고 닭을 길러 팔아 번 돈을 꼬박꼬박 1천만 원∼2천만 원 뭉칫돈 돈으로 모아 은행에 맡기지도 않고 집안에 옷가지와 비닐봉지에 꽁꽁 감싸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3일, 사료를 주러 잠깐 축사에 나간 사이 누군가가 자물쇠로 잠가놓은 축사 옆 주택 문을 부수고 평생 모은 돈 8천만 원을 훔쳐갔습니다.

도둑은 A씨가 신속히 신고할 것을 우려해 차량 열쇠와 핸드폰까지 가져갔고, A씨는 힘겹게 전동휠체어에 올라타 1㎞가량 달린 뒤 주유소에서 전화를 빌려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집안에 설치해놓은 CCTV화면을 살펴보니 범인은 '놈팽이' 우모(48)씨.

몸이 불편한 A씨는 도저히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 생길 때마다 우씨를 불러 일당 7만 원씩 주고 축사 일을 시켰지만, 알코올 중독자인 우씨는 일은 열심히 하지 않고 밥만 축내다 돌아가기 일쑤였습니다.

추석이 끝나고 찾아온 우씨에게 일을 시킨 A씨가 방안에 숨겨놓은 돈 꾸러미에서 현금을 꺼내 일당을 지급하는 모습을 보고 우씨는 범행을 결심했습니다.

A씨가 축사에 일하러 나간 틈을 타 드라이버로 축사 주택 문을 따려다 여의치 않자 창호 문을 부순 뒤 돈 봉투를 들고 도주했습니다.

돈 봉투를 열어본 우씨는 8천 여 만원 중 수표 3천만 원을 버리고, 현금만 챙겨 광주의 대표 유흥가로 향했습니다.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초라한 행색에 입장을 거부당한 우씨는 주변 노래방에서 여성 접대부를 불러 유흥을 즐기면서 20여만 원을 탕진한 후 추적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돈을 잃고 낙담한 A씨는 "평생 모은 돈을 잃어버렸다"며 죽어버리겠다고 소동을 피우기도 했지만, 광주북부경찰서 형사들은 그런 A씨를 만류하면서 하루 만에 범인을 붙잡고 도난당한 돈 일부도 되찾아준 것입니다.

A씨는 "죽겠다는 저를 말리고, 범인까지 잡느라 형사들이 너무 고생했다"며 "직접 기른 닭 10마리를 잡아 형사들을 대접하고 싶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