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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씨 부검놓고 검경과 대책위 대립…조문객 발길 잇따라

대책위·유족, 부검 강력 반대…백 씨 고향서도 추모 물결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때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25일 숨진 농민 백남기(69) 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부검을 둘러싸고 경찰과 진보단체가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 백씨 부검 놓고 검경과 대책위 대립…추모 촛불 문화제 열려

검찰과 경찰은 백 씨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족과 진보단체는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만일 부검을 강행하면 충돌도 우려된다.

전날 백 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대책위 측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병원 주변으로 모여달라고 요청해 몰려온 시민들로 장례식장 안팎은 붐비고 있다.

경찰은 서울대병원측이 시설보호를 요청했고, 모인 시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병원과 대학로 주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지에 45개 중대(약3천600명)를 배치했다.

백남기대책위 관계자들과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은 시민 1500여명(경찰 추산)은 병원 장례식장 1층 로비 앞 공간에서 경찰과 대치한 채 촛불 문화제를 벌여 백 씨를 추모하고 부검 반대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저녁 무렵까지는 경찰이 폭 10m 가량인 장례식장 입구에 경찰을 겹겹이 배치해 출입을 일부 통제했지만, 항의가 이어지자 길을 텄다.

촛불 문화제도 한때 경찰 측이 병원 안으로 촛불 반입을 막아 어둠 속에서 진행됐으나, 정문 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촛불이 하나둘씩 켜졌다.

일부 시민은 장례식장 입구에 앉아 부검 시도를 막겠다며 경찰과 충돌을 빚었고, "살인청장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 규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저녁 무렵에는 장례식장 인근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을 폭행한 20대 남성 2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돼 용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 검찰, 검시완료후 부검 검토…대책위 "사인 명백해 부검 필요없어"

검찰은 이날 오후 5시 40분께 병원에 도착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등과 함께 46분간 백 씨의 시신을 검시했다.

서울 중앙지검 관계자는 "직접 검시와 의사 의견을 듣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부검 계획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밤11시가 넘어 서울 종로경찰서는 백 씨 시신에 대해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부검의 필요성이 있어 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백남기대책위는 검시 이후 브리핑을 열어 사인이 명백한 만큼 부검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대책위는 "의료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물대포 직사로 인한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라는 사인은 명백하고 유족도 원치 않기 때문에 부검은 필요 없다"며 "사전 의료기록을 보지 않은 검안의도 80% 이상은 분명히 뇌출혈로 사인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백 씨의 큰 딸인 백도라지씨는 "경찰의 물대포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시는 길까지 편하지 못하게 하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모든 가족은 아버지가 가시는 길이 편안하시기를 바라며 부검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 씨가 숨지기 전부터 병원을 지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1년 가까이 서울대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다 받았고 각종 진료 차트 등 기록도 충분해 부검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부검 결정에 아직 시간이 더 있어 검찰을 설득해 부검이 이뤄지지 않도록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약 부검 영장이 발부되면 경찰은 26일 오전 이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돼 장례식장 안팎에서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추모의 발길 밤늦게까지 이어져…고향 마을서도 추모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마련된 백씨 빈소에는 그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늦은 시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후 5시부터 조문이 시작된 이후 한때는 빈소 입구부터 100m 이상 긴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우원식·표창원·송영길·김부겸·진선미·이재정·김현권 의원, 국민의당 정동영·장정숙 의원, 정의당 노회찬·심상정·윤소하 의원,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 등 정치인도 빈소에 찾아 유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백 씨의 고향인 전남 보성군 웅치면 부춘마을에도 이웃들이 모여 고인을 애도했다.

백 씨의 이웃인 손형수(54)씨는 "유신반대 투쟁으로 옥고를 치르고 30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 한쪽에 우리 밀을 심고 가족과 함께 경작했다. 항상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고 힘든 사람에게 위로를 많이 주신 분이었다"며 "입원 중 농민회와 주민들이 함께 쾌유를 기원하는 행사까지 열었는데 결국 이렇게 돌아가셨다니 안타깝다"고 심경을 전했다.

백 씨와 농민운동을 함께 한 전농 광주전남연맹 관계자는 "자연, 생명, 통일에 관심이 많아 자녀의 이름도 도라지, 두산, 민주화로 지었다. 표정과 걸음 하나하나 온몸으로 농민운동을 선도하신 분이다"며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농촌과 농민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농과 백 씨의 소속인 보성군농민회는 장례 일정에 맞춰 보성경찰서 앞이나 보성역 광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차릴 예정이다. 마을 곳곳에는 근조 리본과 현수막도 게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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