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박진호의시사전망대] 한진해운 사태, 골든타임의 교훈 보여줘

* 대담 : 차병준 SBS 선임기자

▷ 박진호/사회자:
 
뉴스 인사이드. 오늘도 차병준 SBS 보도국 경제부 선임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오늘은 어떤 얘기 나눠볼까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오늘은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골든타임이라는 말. 우리가 참 많이 듣는 말이죠.
 
▷ 박진호/사회자:
 
이게 응급 상황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이죠.
 
▶ 차병준 SBS 선임기자:
 
예. 보통 우리가 경제에서도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이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이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골든타임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은데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도 그렇죠.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라는 기간 동안 제대로 대응을 못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골든타임을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게 된다는 교훈을 일깨워 준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이 골든타임 하면 상당히 촉박하고 시급한 느낌이 드는데. 이게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떻게 보면 딱 한 번의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경제에서 말하는 골든타임은 좀 다른 것 같아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네. 그렇습니다. 특정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모든 기회가 한꺼번에 다 사라지는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첫 번째 골든타임을 놓쳐도 상황이 바뀜에 따라서 대응할 수 있는 또 다른 골든타임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 박진호/사회자:
 
차선의 기회가 또 오는 것이군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앞서 먼저 왔던 골든타임을 놓칠수록 해결 과정은 그만큼 더 힘들어지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최근에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차 기자님이 말씀하신 설명이 이해가 가는데. 오늘 사실 골든타임의 기회가 몇 차례 있었는데 계속 미루다가 결국은 이렇게까지 된 것이잖아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네. 해운업 구조조정 필요성은 지난 2009년 초반부터 본격화 됐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러면 거의 7년 전이네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그렇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해운사들의 부실 위험이 커지기 시작한 탓입니다. 정부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금융기관들은 해운사들에 대한 신용 위험 평가를 실시했었습니다. 말 그대로 해운업 구조조정의 첫 번째 골든타임이었죠. 그런데 정작 정부가 발표한 해운 산업 경쟁력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졌습니다. 2조 원 규모의 선박 펀드를 만들었는데 금리가 통상 금리보다 턱없이 높으니까 이용하겠다는 해운사가 없었던 겁니다. 무용지물이 된 구조조정 정책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글로벌 해운 시장이 일시적 호황을 보이자 정부의 구조조정 얘기는 아예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2009년 초 164개였던 해운 회사가 1년 뒤에는 185개로 늘었으니까 거꾸로 간 구조조정이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반짝 호황에 눈이 멀어서 해운업 구조조정의 첫 번째 골든타임을 놓친 겁니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됐죠? 반짝 호황이 끝나고 2010년 하반기부터 다시 불황이 시작되면서 해운업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말씀하신 대로 상황이 악화가 됐는데. 그래도 말씀하신 또 한 번의 골든타임. 구조조정을 추진할 시간이 다 지난 것은 또 아니었잖아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정부가 2013년에 2차 해운업 구조조정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냐. 국내 4위 대한해운, 그리고 3위 STX팬오션이 잇따라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이 대책의 내용은 금융기관을 통해서 해운사에게 회사채를 사주는 말 그대로 응급처치 수준이었습니다. 해운사들은 구조조정에 나서기 보다는 이 대책에 기대서 회사채 발행으로 부채 비율을 높이면서 버티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이번에는 땜질 구조조정에만 매달리다가 두 번째 골든타임도 놓친 겁니다. 해운사 부실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지난해 11월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추진의 주체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 나오고 나서 관련 부처는 모두 발뺌만 했고 결국 합병설은 없던 말로 끝나버렸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곧바로 다시 해운사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또 내놨습니다. 1조 4천억 원 규모의 선박 펀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지원 대상 기준을 부채 비율 400% 이하로 못 박았습니다. 당시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이 850%였고, 현대상선은 2000%였습니다. 양대 국적선사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던 대책을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면서 내놓았던 것입니다. 수술을 미루고 땜질 처방만 하는 사이에 골든타임의 막차까지 놓친 거죠. 지금 우리 경제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루는 중입니다. 국내 1위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넘어갔죠. 글로벌 물류대란의 주범이 됐습니다. 이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갔죠. 국내 해운업의 기반은 지금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쭉 짚어보니까 가슴이 답답한데요. 이게 참 골든타임의 교훈을 주는 셈인데.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같은 전철을 밟았었다고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일본도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장기불황을 겪었었죠. 관련해서 LG경제연구원에서 낸 보고서가 있습니다. ‘일본 기업 구조조정 20년의 교훈’이라는 보고서인데. 이 내용 중심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일본 경제는 1990년에 주식 시장, 그리고 이듬해 부동산 시장에서 연속적으로 버블이 붕괴되고. 1992년에 성장률이 0%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당시 일본 기업과 정부는 이를 통상적인 경기 부진 사이클로 간주해서 기존의 경영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특히 제조업에서 과잉 설비, 과잉 인력, 과잉 채무 같은 3대 리스크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뒤로 미룬 채 원가 절감, 경비 삭감 같은 통상적인 불황 대책에만 매달렸죠. 금융권에서도 추가 지원을 계속 해서 부실 채권 규모를 계속 늘렸습니다. 최근 국내 국책 은행들이 조선 해운 대기업들을 지원한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불황이 이어지면서 점차 부실기업들이 늘어났고. 파장이 금융권의 경영 악화로 확산됐습니다. 은행과 증권사까지 쓰러진 겁니다. 일본 기업들은 단기적인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장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이뤄지는 구조조정 방식을 선택했는데. 국가 전체적인 구조조정 기간이 길어지니까 소비 부진, 경제 성장 부진을 벗어나기가 더 어렵게 됐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가 결국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일본도 그랬군요. 지나고 나서 되짚어 보면 그 때가 골든타임이었구나. 이렇게 뒤늦게 깨닫게 되는 상황인 것 같은데. 지금도 구호처럼 골든타임이라는 말 계속 사용되는데. 좀 혼란스러운 면이 있어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네.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어떤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 구호로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시정 연설에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 게 2014년 10월이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 갈림길에서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렇게 말을 했었죠. 그리고 2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해운업 구조조정은 실패를 겪었죠. 그럼 골든타임은 지난 것인가. 남아있다면 얼마나 남았나. 이런 생각이 들죠.

그런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4월에 8개월 남은 골든타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5달이 지났죠. 그리고 경제부총리는 이달 초에 지금부터 2년이 우리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이다. 또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고무줄처럼 이렇게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골든타임이 아니죠. 골든타임이라는 말은 그만큼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인데. 이럴 때도 골든타임이고 저럴 때도 골든타임이다. 그러면 정작 위기에 대한 인식이 흐트러지게 됩니다. 대응 또한 제대로 될 수가 없죠. 지금 우리 경제 3중, 4중 악재 겹겹이 둘러싸여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금이 정말 마지막 골든타임일 수 있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 차 기자 말씀하신 대로 지금이 우리 경제 회복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렇게 봤을 때 시급한 과제가 뭘까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무엇보다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밑그림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야 합니다. 과거에는 유동성 위기가 구조조정의 원인이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처럼 말이죠. 채권단의 빚을 덜어주고 신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재무적 구조조정으로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글로벌 경제 상황, 산업 경쟁력 같은 구조조정 문제 얘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 때도 산업적 측면에 대한 고려보다는 과거처럼 여전히 금융이 중심으로 유동성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다 보니 파장이 커졌다. 이런 비판도 나왔었죠.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도 정부와 글로벌 산업 재편에 대한 고민도 없이 구조조정에 임하고 있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조선업 구조조정이라면 앞으로 조선업을 어떻게 이끌지, 공급 과잉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조선 뿐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죠. 밑그림이 제대로 그려져야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골든타임.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차병준 SBS 선임기자: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SBS 보도국 경제부 차병준 선임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