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자국 내 탈레반 다음으로 큰 규모의 조직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반군세력과 평화협정 체결에 나섰다.
22일 아프간 인터넷신문 카마프레스 등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는 '카불의 도살자'라고 불리는 굴부딘 헤크마티아르가 이끄는 반군조직 '헤즈브-에-이슬라미 아프가니스탄'(HIA)과 평화협정 초안에 서명했다.
이날 서명식에는 아프간 정부 측에서 무함마드 하니프 아트마르 국가안보보좌관과 피르 시에드 아마드 길라니 고위평화위원회(HPC) 의장, HIA 측에서 무함마드 아민 카림 협상대표단장 등이 참석했다.
이 협정은 추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헤크마티아르 HIA 최고지도자가 참석해 정식 서명을 하면 발효된다.
평화협정 체결에 따라 HIA는 아프간 헌법을 준수하고 무장 조직을 해체하기로 했으며 아프간 선거 개혁과 난민 구호 절차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아프간 정부는 수감된 HIA 조직원을 석방하고 활동제한을 풀어주기로 했으며 헤크마티아르의 안전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 HIA가 유엔 테러조직 명단에서 빠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HIA는 앞서 외국 군대 철수와 미국과 협정 폐지 등을 요구했으나 이번 평화협정 초안에는 "HIA는 외국군 철수 일정을 원한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아프간 정부가 국내 주요 반군세력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처음이다.
아프간 정부는 이번 협정 체결이 최대 반군 조직인 탈레반 등 다른 세력과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은 "이번 협정은 아프간 정부가 반정부 무장세력과 평화를 추구하려는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아프간에서 폭력이 줄어들고 국민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을 환영한다"고 성명을 냈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 평화협정은 전쟁범죄 희생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성명을 내는 등 국내외 일부 인권단체는 이번 협정이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헤크마티아르는 1992∼1996년 아프간 내전 때 민간인 수천 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HIA는 이후에도 2013년 5월 카불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을 겨냥한 폭탄테러로 미국인 등 15명을 살해하는 등 여러 차례 테러를 저질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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