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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관은 '꿀잠'…청와대도 안 간 '지진' 문자

[취재파일] 장관은 '꿀잠'…청와대도 안 간 '지진' 문자
● '지진' 조기경보…청와대도, 국민안전처도 못 받았다!

지진 발생 이후 국민들이 긴급 재난 문자를 못 받았다고 시끄러웠는데, 알고 보니 청와대도 기상청이 보낸 조기경보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국민안전처 역시 조기경보 문자를 못 받았으니, 지진 발생 자체를 언론 보도 보고 인지했고, 뭐 어차피 발송 오류가 나긴 했지만 문자메시지 발송도 늦어졌던 겁니다.

지진발생 직후 기상청의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은 작동을 했다는데, 왜 청와대는 인지하지 못했을까요? 기상청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에 제출한 조기경보 송신기록을 살펴봤습니다.
조기경보 송신기록
조기경보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한 사람이 누군지, 송신 실패 기록을 보니...청와대 비서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국민안전처, 119상황실, 국가정보원 등등 정부의 주요 관계자 모두 경보 메시지를 받지 못한 걸로 나타납니다.
경보 메시지 송신 실패 기록
9월 12일 저녁 7시 44분 지진 발생 당시엔 1851명의 수신자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842명이 경보 메시지를 못받았고, 8시 32분 지진 발생 직후엔 불과 12명에게만 메시지가 갔습니다. 1839명이 메시지를 받지 못한 겁니다. 긴급 재난 상황에 컨트롤타워 작동을 위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마련해둔건데, 전혀 작동을 하지 않아 청와대와 정부 주요 관계자들도 모두 언론 보도 보고서 지진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겁니다.

왜 이런 오류가 났을까요? 국민안전처 메시지 전송도 오류가 났다고 하는데, 기상청 경보 전송 오류도 황당합니다. 조기경보가 문자로 나가도록 연결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총 999개 메시지만 나갈 수 있는 시스템에 천개가 넘는 대상에게 발송해 오류가 일어났다는 겁니다.

자동경보 시스템은 말 그대로 비상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된 시스템입니다. 긴급 상황에 메시지를 받아야하는 주요 대상 리스트는 이미 1851개로 정해져 있던 것입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아무렇지 않게 “정상적으로 잘 발송됐다“고 거짓 해명을 하다가....자료를 확인했다고 하자 ”기술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통신사에서 그런 한계가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않아 그렇게 됐다“고 했습니다.

뭐 오류가 날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 그래왔듯, 계속해서 정부가 대응하지 못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알아서 살아가야 하는 국민들만 불안할 뿐입니다.

● "심야에는 장관 깨우지 말라" 황당 매뉴얼

일단 조기경보 메시지를 보내는 데는 실패했다면, 그 다음은 어떤 보고가 이뤄질까 지진발생시 운영 매뉴얼을 살펴봤습니다. 50초 안에 조기경보를 내린 뒤, 지진 탐지 후 15분 안에기상청장, 차장에게 필요시 보고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심야엔 가능한 당일 또는 다음날 아침에 하라고 되어있습니다. 기상청장님 주무셔야 할테니까요.

15분이 지난 뒤엔 역시 필요시 환경부 장, 차관에 전화보고를 하도록 돼 있는데, 심야엔 가능한 아침에 전화보고를 하라는 황당한 문구가 버젓이 담겨 있습니다. 틀릴 지도 모르니, 장관님한테 혼나지 않도록 정밀하게 확인해서 15분이 지난 뒤에 보고를 하는 것도 이상한데, 절대 깨워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장관들은 꿀잠을 자고 있는 현실, 우리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아픈 기억 ‘세월호’ 떠올리지 말라는데, 국민들은 ‘7시간’이 떠오른다 합니다.


● 기상청 "큰 피해가 예상되지 않으면 계속 아침에 보고"

 8시뉴스 단독 보도가 나간 이후 논란이 커지자, 기상청은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기상청 설명자료
기사에서도 너그럽게 ‘한반도에 큰 지진이 없을 거란 예상 아래 만든 것으로 보이지만’ 이라는 단서를 달았었는데요. 황당한 매뉴얼 내용을 부인한 건 아니고요. 기상청은 “이 매뉴얼은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향후 지진 정도에 따라 차등화해 매뉴얼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큰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 경미한 지진의 경우에 익일 또는 당일 아침에 보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는데, 큰 피해가 나지 않은 적당한 피해가 난 지진은 그래도 장관님들 푹 주무신 뒤에 아침에 보고해도 된다는 의미로 읽히는 건 어찌해야 할까요?

환경부 장관에게 유선 보고는 다음날 아침이 아닌 지진 발생 한시간 10여 분 뒤에 이뤄졌다는 설명도 담겼습니다.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 유선보고는 언론사 보도 이후인 지진 발생 7분 뒤, 국무조정실 유선보고는 지진 발생 30분 뒤에 이뤄졌다는데, 뭐 기상청 관할하는 장관 보고 한시간 10분 정도 걸렸으면 빠른 거겠죠.

날마다, 밤마다 지진 공포는 계속되는데 조기경보조차 발송 못하는 정부, 컨트롤타워가 없는 현실 속에 국민의 불안만 커지고 있습니다. 

[2016.09.21 8뉴스]
▶ [단독] 지진 났는데…"밤에는 장관 깨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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