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생식의 날' 캠페인 홍보 포스터(사진=라 레푸블리카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심각한 저출산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도입한 '생식의 날' 캠페인이 인종 차별 논란에 휘말리며 다시 한 번 역풍을 맞고 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부가 지정한 22일 '생식의 날'을 앞두고 전날 공개된 새로운 홍보 포스터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불임을 막기 위한 건전한 생활 방식'이라는 제목의 이 교육용 포스터는 환하게 웃고 있는 4명의 젊은 백인 남녀 사진과 레게 머리를 한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이 모여 마리화나로 추정되는 담배를 물고 있는 사진을 대비시킨 채 전자에는 '장려해야 할 바람직한 습관', 후자엔 '가까이해서는 안될 친구들'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이탈리아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이 포스터에 대해 "명백한 인종 차별"이라며 냉소했다.
트위터 이용자 모니카 콘주는 "불임을 피하기 위해 약물 등을 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도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친구 집단도 멀리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 크리스티아노 발리는 "백인은 바람직하고, 흑인과 레게머리와 흡연자는 나쁘다는 게 이탈리아 정부의 생각인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눈썰미가 좋은 일부 사람들은 백인 젊은이들이 웃고 있는 사진이 임플란트 시술을 선전하는 치과 광고에서 따온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무성의함을 질타하기도 했다.
얼마 전 보건부가 진행한 '생식의 날' 캠페인 홍보가 성차별적이며,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청년층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지적으로 중단된 데 이어 이번에도 논란이 일자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부 장관의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이달 초 '아름다움에는 나이가 없지만, 생식력에는 나이가 있다'는 문구 옆에 젊은 여성이 모래 시계를 들고 있는 사진을 담은 광고, 침대 위 이불 밖으로 커플의 발이 삐져나온 사진을 배경으로 '젊은 부모, 창의적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 등을 선보여 빈축을 산 바 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예상치 못한 또 한 번의 반발에 대해 당초 "인종차별주의는 인종차별주의자의 눈에만 존재하는 법"이라고 주장하며 홍보 포스터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비난이 거세지자 문제의 포스터를 회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로렌친 보건부 장관은 또 보건부 홍보 책임자를 해임하는 한편 이런 포스터가 만들어지게 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여성들의 합계 출산율이 1.39명으로 유럽연합(EU) 꼴찌인 이탈리아에서는 작년에 출생한 아기는 48만 8천 명에 그쳐 1861년 공화정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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