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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10일째' 경주 불안·적막…"틀니 착용한 채 잠든다"

'강진 10일째' 경주 불안·적막…"틀니 착용한 채 잠든다"
▲ 2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남동 대릉원 앞에 서 있는 타이완 관광객들. (사진=연합뉴스)

'9·12 지진'이 발생한 지 10일째인 22일 경북 경주에는 시민들은 여전히 언제라도 다시 여진이 올 수 있다고 불안해했다.

거리나 상가에서 시민 이야기는 지진뿐이었다.

규모 5.8 지진 이래 경주에서는 423차례 여진이 일어났다.

◇ 진앙 마을에는 적막감만…무대책에 집 떠나기도

경주시청에서 9㎞∼11㎞ 떨어진 진앙 내남면 일대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이날 덕천·부지리에서는 주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설프게 복구한 담장, 지붕 기왓장이 황량함을 더했다.

신진구(72·덕천1리) 씨는 "평소 혈압약을 먹는데 요즘에는 불안 증세가 심해서 약을 먹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잘 때도 겉옷을 다 입고 잠이 든다"며 "여진에 문이 뒤틀릴까 봐 문도 열어둔다"고 말했다.

덕천 1리에는 70여 가구가 산다.

반복하는 여진에 신 씨처럼 일상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거나, 다른 도시에 있는 자식에게 떠난 사람도 있다.

마을에 잔디밭 체육공원이 있지만, 출입문 자물쇠가 굳게 잠겨있었다.

한 60대 여성은 "체육공원에 임시 천막이라도 쳐 공동 대피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당국을 비판했다.

◇ 텐트·컨테이너 등장…주민 트라우마 호소

여기저기 한옥 담장이 무너진 내남면 용장리에는 컨테이너 피란이 시작됐다.

한옥 가옥 10여 채 옆에는 빨래가 널린 컨테이너를 볼 수 있었다.

컨테이너 앞에서 빗자루질하던 한 할머니는 "창고로 쓰던 곳인데 혹시 몰라 이불과 베개를 갖다 뒀다"며 집 안에 머물기 어려운 심경을 호소했다.

동천동, 서악동 주택 앞마당에는 캠핑용 텐트가 등장했다.

지진 이후 글램핑장을 찾는 주민도 생겼다.

사정동에서 만난 이정연(80·여) 씨는 "밤에 틀니를 착용한 상태로 잠이 든다"며 "지진이 났을 때 틀니나 소지품을 찾을 정신이 없어 빼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허복분(79·여) 씨는 마실 물, 간단한 식량, 겨울옷, 외투·담요를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한다.

허 씨는 "지진이 나면 들고 나갈 간단한 짐을 준비해뒀다"며 "계속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 상가는 보상서 제외…구체적 안전진단 요구

정부가 경주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했으나 피해 보상 등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상가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라는 소식에 실망하는 상인도 많다.

황남동 한 상인은 "한옥 지구에 들어서는 한옥 대부분이 관광객을 겨냥한 상가"라며 "현실적이지 못한 대책 같다"고 실망을 나타냈다.

지진 후 구체적인 안전진단과 통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학부모인 이수미(45·여·황성동) 씨는 "단순 육안 점검으로 학교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며 "전문가 점검한 뒤 전반적으로 안내해 학생과 학부모가 안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적지에는 중국인 관광객만

경주 대릉원 앞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30여 대가 오갔다.

중국, 타이완에서 온 관광객을 태운 버스다.

지진 소식에도 여행을 취소하지 않은 이들은 발길이 끊긴 경주에 그나마 도움을 준다.

평소 경주 관광객 주축을 이루던 우리나라 수학여행 단체나 여행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첨성대 주변에서 노점을 하는 한 할머니는 "이 정도면 관광객이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중국 관광객에게 헐값에 중국산 모자를 팔고 있었다.

황남동 한 커피 체인점에서는 손님을 부르는 매장 점원 목소리 외에 우리말을 찾아 듣기 어려웠다.

중국 여성 3명은 "어제 서울 명동에 있다가 경주로 왔는데, 그동안 한국인관광객을 보지 못했다"며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 놀러 온 것 같다"고 알렸다.

타이완에서 온 왕슈오(42) 씨는 "타이완에서 이 정도 지진은 겪어봐서 별일 없을 거로 생각했다. 일행 가운데 아무도 여행을 취소하지 않고 모두 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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