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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이 하루아침에 폐허가…세상이 너무 무정하다"

"행복한 가정이 하루아침에 폐허가…세상이 너무 무정하다"
▲ 제주 성당피습 여성 장례미사 (사진=연합뉴스)

제주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다 중국인이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끝내 숨진 피해자 김모(61·여)씨의 남편이 한 언론사에 보내온 글입니다.

편지글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사랑하는 아내 루시아. 당신을 저 하늘로 보낸 날 밤 작은아들의 자장가에 겨우 잠이 들었소. 30여 년 전에는 내가 자장가를 불러줬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너무 힘들 것 같다'며 장성한 아들이 함께 자자고 잠을 청합디다. 잘 자란 아들이 고맙고 또 고마웠소. 그런데도 억울하고 답답한 이 심정을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때가 없어 괴로움에 경련으로 잠을 깨기를 몇 번…. 평범하고 행복한 우리 가정이 하루아침에 폐허가 돼 버린 듯해서 미칠 것만 같네요. 당신이 그처럼 억울하게 떠났는데도 변함없이 흘러가는 세상이 너무나도 무정하고 야속하기만 하오. 한 줌의 재가 돼 황사평 묘지로 가버린 당신. '나도 아내 곁으로 가고 싶다'고 내뱉은 말에 상경도 하지 못하고 아버지 걱정을 하는 자식들. 같이 서울서 살자고 하고, 25년 산 집을 처분하고 다른 집으로 옮기라고도 하오. 모두 거절하자 이제는 집안 분위기를 바꾸자며 내부 리모델링을 권하는구려. 옆에서 새우잠을 자는 작은아들을 보니 다시 억장이 무너지오. 이 억울함을 어찌해야 할지…. 루시아가 없는 세상 앞으로 내가 어찌하며 살아가야 할지 참담할 따름이오. 그저 눈가에서 눈물만 흐르고 심신이 괴로워 몸이 뒤틀리고 호흡이 가빠 너무나 너무나 힘이 드네요. 혹 내가 미워 떠난 것 아니겠지요? 생사의 갈림길 속에서도 가족들과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던 당신 모습이 지금도 선하오. 가지마오. 가지마오. 나도 당신과 함께 가고 싶구려. 사랑하는 루시아 나를 데려가시오. 당신의 남편 루치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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