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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기도 흉기살해범 비합리적 진술로 계획 범행 '은폐'

성당 기도 흉기살해범 비합리적 진술로 계획 범행 '은폐'
제주 성당에서 기도하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중국인 첸궈레이(50)씨가 계획 범행을 은폐하고 형을 감경받으려고 비합리적 진술을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제주서부경찰서는 오늘(22일) 검찰 송치 전 수사 결과 발표에서 "첸씨가 제주에 입국한 후 범행 이틀 전 시내 마트에서 흉기를 사고 범행 전날에는 2차례에 걸쳐 사건 현장을 다녀간 것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경찰은 첸씨가 계획적 범행을 은폐하고 형을 감경받기 위해 비합리적 진술을 한 것으로 보고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첸씨는 경찰의 추궁이 계속되자 "어린 여성은 너무 불쌍하고, 성인 남성은 반격당할 것 같아 위험해 보여 범행 대상을 성인 여성으로 잡았다"고 실토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범행을 준비한 증거가 있는데도 첸씨가 범행 후 경찰 조사에서 "누군가 내 머리에 칩을 심어 조종해서 흉기 살해했다"는 등 범행 전의 행동과 맞지 않는 비합리적 진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첸씨에 대한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의 면담 조사에서도 "망상장애에 의한 비합리적 사고가 범행계획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망상장애는 모순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가지 이상의 생각을 1개월 이상 지속해서 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행동이 명백하게 이상하다고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망상·환각·긴장 행동 등 2가지 이상의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하는 정신분열증(조현증)과는 다릅니다.

중국에 있는 첸씨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전화통화에서도 "첸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상한 말(누군가 머리에 칩을 이식해 조종한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으나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은 사실은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박기남 제주서부경찰서장은 "첸씨가 망상증상은 있으나 조현병 증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프로파일러의 의견 등을 보아 계획 범행을 은폐하려는 정황이 뚜렷하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첸씨가 지난 13일 제주에 온 뒤 제주 시내를 구경삼아 돌아다녔고 범행을 위해 다른 장소도 가봤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미뤄 특정 종교시설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첸씨의 정확한 정신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정신 감정 유치'가 필요하나 감정 기간이 대략 3개월이 걸려 경찰수사 단계에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의 과정에서 중국 측에 요청한 자료 등을 토대로 정확한 정신상태 등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봤습니다.

경찰은 첸씨가 애초 진술한 범행 동기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허베이성 공안에 첸씨의 가족관계와 직업, 범죄경력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고 휴대전화의 디지털 증거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첸씨는 지난 17일 긴급체포 당시 "중국에서 전 부인 2명이 도망가 여성에 반감이 있는 상황에서 성당에 들어갔더니 혼자서 기도하는 여성을 보고 이들 부인이 떠올라 화가 치밀어 범행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경찰은 사건 직후인 17일 오전 8시 53분 신고접수 시 전 형사를 비상소집해 현장 폐쇄회로(CC) TV를 통해 첸씨를 특정했습니다.

이후 CCTV관제센터에서 첸씨의 인상착의가 나온 사진을 토대로 모니터링하던 중 서귀포 시내에서 배회하던 첸씨를 발견하면서 범행 발생 7시간 만에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현장 등에서 확보한 메모지와 호텔 내부 CCTV 등도 분석해 범죄 발생 3시간 만에 첸씨에 대해 출입 정지 조치했습니다.

첸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인 김모(61·여)씨가 사망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김씨와 유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못할 정도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고 경찰이 전했습니다.

경찰은 제주지방경찰청 강력범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친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 모든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신상공개위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신성한 종교시설에 기도하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살해한 점, 사전에 흉기를 사고 범행 장소를 다녀가는 등 계획적 범행 정황이 있는 점 등을 결정 근거로 들었습니다.

첸씨가 흉기 살인 범행 직후 도주하는 등 범행이 잔인할 뿐만 아니라 피해가 매우 중대한 점도 공개 사유가 됐습니다.

신상공개위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국민 알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많은 종교인이 충격과 불안감을 느낀 점을 고려해 그 불안감을 다소나마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제주에서 중국인에 의한 크고 작은 강력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이에 따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외국인에 의한 유사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목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브리핑 전에는 참석한 경찰과 기자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희생당한 김씨의 넋을 위로하고 명복을 비는 마음을 담아 묵념했습니다.

첸씨는 지난 17일 오전 8시 40∼45분 제주 모 성당에 침입해 혼자 기도하던 김씨를 수차례 찔러 달아난 혐의로 19일 구속됐습니다.

김씨는 흉기 피습 직후 119구급대에 "공격당했다"고 신고하고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이후 병원 치료중 18일 오전 과다출혈로 숨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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