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들으신 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이 정부가 뒤늦게 시스템 정비에 나섰지만, 부실한 게 여전히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기상청의 지진 대응 매뉴얼을 살펴봤더니 밤에는 장관을 깨우지 말라는 황당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한정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2일 경주에서 첫 지진이 발생한 시각은 저녁 7시 44분,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이 기상청으로부터 유선 보고받은 시점은 7분 뒤였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지진 발생 30분 뒤, 환경부 장관은 한 시간 10여 분 뒤였습니다.
왜 이렇게 보고가 늦어졌을까?
기상청의 조기경보 송신 기록입니다.
대응 매뉴얼에 따라 문자메시지를 지진 발생 50초 내에 정부 주요 관계자들에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수신자 1천851명 가운데 842명이 받지 못했습니다.
8시 32분 지진 땐 12명만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기상청의 해명은 황당합니다.
[기상청 관계자 : 총 999개만 나갈 수 있는데 연결된 것이 1천 개가 넘어서 오류가 발생해서 그런 거고요. (나눠서 하면 되잖아요?) 그런 사항들을 몰랐죠.]
후속 대응 매뉴얼은 더욱 기가 찹니다.
한반도에 큰 지진이 없을 거란 예상 아래 만든 것으로 보이지만 기상청장과 차장에게는 지진 탐지 후 15분 내에, 상급기관인 환경부 장·차관에겐 15분이 지난 뒤에 필요하면 전화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가능하면 아침에 전화 보고하라는 문구도 있습니다.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 :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장관들은 꿀잠을 자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각자 도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진경보는 먹통에, 천하태평인 대응 매뉴얼, 지진에 놀란 국민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