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한패" 사기도박 시킨 뒤 협박해 억대 뜯은 조폭

지인을 끌어들여 특수렌즈를 끼고 사기도박을 하게 만든 뒤 미리 모의한 상대 도박꾼이 사기도박 사실을 적발한 것처럼 꾸며 지인을 협박해 돈을 뜯은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대학교에 재학 중인 A씨(26)는 지난해 7월 친구의 소개로 경기도 안양시의 한 모텔에 마련된 속칭 '하우스' 도박판에 끼게 됐습니다.

A씨는 해외 유학을 가기 위해 1년 넘게 식당 웨이터로 아르바이트하며 피땀 흘려 모은 1천만 원을 조금이나마 불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도박이 시작되자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상대는 마치 뒤집힌 패를 훤히 들여다보는 듯 거침이 없었고, 결국 A씨는 가진 돈을 모두 잃었습니다.

두 달이 지나 A씨는 같은 친구로부터 목카드와 특수렌즈를 이용한 사기도박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잃은 1천만 원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도박판에 앉은 A씨는 특수렌즈를 착용하고, 계속 돈을 땄습니다.

몇 번쯤 판이 돌아갔을 때 갑자기 온몸에 문신한 건장한 남자들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이들은 A씨에게 "어디서 사기질이냐. 죽고 싶냐"며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100만원을 빼앗겼고, 1천600만 원을 갚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쓴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사기도박에 가담했다는 점 때문에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하던 A씨는 1년여 지나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제야 친구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은 A씨 친구가 속한 김모(28)씨 조직이 꾸민 사기도박판이었습니다.

김씨 조직은 모집책, 도박책, 바람잡이, 사채업자, 공갈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지인을 끌어들여 사기도박판에 가담하게 하고 조직원인 안양지역 조폭들을 투입해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으로 범행했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동공갈 등의 혐의로 김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최모(29)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김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안양시 소재 모텔에 도박장을 차려 놓고 A씨 등 3명을 상대로 1억원 상당의 현금과 차량 등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지인을 사기도박에 가담하게 했다"며 "피해자들은 현장에서 함께 도박한 사건의 공범들도 사기도박을 하다가 걸린 것처럼 돈을 구하러 다니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