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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실업률 상승 1위…구조조정 폭탄 맞은 거제

[취재파일] 실업률 상승 1위…구조조정 폭탄 맞은 거제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달 실업자 수가 99만6천 명으로 1년 전보다 7만3천 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업률도 3.6%로 0.2%P 올라 올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 반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실업률 통계를 보면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경남과 울산 지역이 유독 실업률이 많이 오른 겁니다. 울산은 1년 전보다 1.2%p 오른 4%의 실업률을 기록했고, 경남은 1.6%p 오른 3.7%을 기록했습니다. 실업률 많이 오른 지역으로 따졌을 때 이 두 지역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들 지역이 유독 실업자가 늘어난 이유가 뭘까요? 두 지역의 공통점은 둘다 국내 조선업의 밀집 지역이라는 겁니다. 계속되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인력을 대거 감축하면서 실업률이 급등한 거 아니냐는 추론을 해볼 수 있습니다.

현장 분위기를 확인하기 위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크고 작은 조선 관련 업체가 모여있는 거제도를 가봤습니다. 일부 작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었지만, 업체 대부분은 가동을 멈춘 채 비어있었습니다.
거제도 조선소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에 선박 블록 납품을 하던 중소 조선업체 두곳을 찾아갔지만, 둘다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야적장에는 자재만 녹슨 채 쌓여가고 있었고, 공장에는 노동자들 대신 빈 공장을 지키는 관리인만 남아 있었습니다.

과거 조선업이 한창 호황일 때는 일하는 노동자가 수백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모두 일자리를 잃고 집에 돌아갔다고 하더군요. 지역 상권은 완전히 초토화됐습니다. 대형 조선소 앞에 위치한 식당가 골목에는 정적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고 내놓은 상태여서, 영업하고 있는 가게를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거제 사람들 대부분 구조조정의 여파에 힘들어하지만, 유독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2차 하청 계약직 노동자, 이른바 '물량팀'이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말그대로 대형 조선사가 중소업체에 하청을 주면 중소업체가 또 하청을 맡기는 임시직 노동자들입니다.

일감이 있을 때만 일시적으로 고용되는 건데, 그러다보니 요즘처럼 조선업 경기가 안좋을 때는 일거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 이런 물량팀 근로자는 대략 2만여명으로 추산되는데,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퇴출 1순위다보니, 다들 극도로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이제 막 시작단계라는 겁니다. 조선 빅3는 앞으로 3년간 총 30% 이상 인력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대형 조선사 정규직 근로자가 이만큼 일자리를 잃으니 하청업체 노동자나 재하청 '물량팀' 노동자들은 그 고통이 두배, 세배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거제의 노동자들에겐 아마도 이번 돌아오는 겨울은 가장 혹독한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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