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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고 부서지고 쑥대밭이던' 38년 전 홍성 지진의 기억

'깨지고 부서지고 쑥대밭이던' 38년 전 홍성 지진의 기억
▲ 홍성 지진 당시 홍성읍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날이 토요일이었어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나면서 전기가 나가더라고요. 언론보도를 보니까 경주 지진 상황이 그때랑 너무 똑같은 겁니다."

충남 홍성에 사는 김기준(56)씨는 지난 78년 홍성에서 발생한 진도 5.0 지진에 대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김씨는 토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김씨의 어머니는 평소처럼 부엌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렸고, 전기가 나갔습니다.

깜짝 놀란 김씨가 어머니와 함께 밖으로 뛰쳐나가 보니 이웃집 굴뚝이 쓰러지고 담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몇 시간 뒤 전기가 다시 들어왔고 텔레비전에서는 지진이 발생했다는 긴급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김씨는 "지진 발생 몇 달 전에 학교 강당을 새로 지었는데 금이 가서 들어가지 못했다"며 "홍주산성 주변 주택들은 균열로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전쟁보다 피해가 더 심하다는 어른들이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1978년 10월 7일 오후 6시 21분부터 약 3분 동안 진도 5.0의 지진의 지진을 경험한 홍성지역 주민들은 38년 전 지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진원의 깊이가 얕고, 지진 여파가 진앙 부근에 집중돼 진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홍성군청 주변이 피해가 특히 심했습니다.

2명이 다치고 주택 2천800여채에서 균열이 생기는 등 막대한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사적 231호 홍주 성곽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은 집을 떠나 대피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특히 지진이 발생한 이듬해 3월까지 모두 7차례의 여진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정헌원(49)씨도 지진이 나던 날을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씨는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엄청난 폭발음이 나더니 집 전체가 흔들렸다"며 "부모님이 나를 집안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한 뒤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셔서는 지진이 났다고 말했다"고 기억했습니다.

정씨는 집에 있으라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다음날 친구들과 함께 읍내 곳곳을 뛰어다니며 무너진 집을 구경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12일에 이어 어제(19일)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는데 정말 남 일 같지 않더라"면서 "지진 피해가 하루빨리 복구돼 주민들이 지진 발생 전의 평온한 삶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홍성에서 20년째 식당을 하는 김인수(59·여)씨에게도 지진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지진으로 집 일부가 무너지면서 온 가족이 수개월 동안 임시거주지에서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의 에너지가 홍성 지진보다 14배 정도 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며 깜짝 놀랐습니다.

38년 전 지진으로 집을 잃고 피난생활을 했던 암울했던 기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지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무서움을 알지 못한다"며 "홍성에 이어 경주에서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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