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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지진 맞나요" 단순 119문의 '폭주'…이젠 삼가야

다른 위급상황 대응 못 할 수도…"정부 지진 정보 부족 탓"

"이게 지진 맞나요" 단순 119문의 '폭주'…이젠 삼가야
"지금 창문이 흔들린 것 같은 데 지진 맞습니까?", "가까운 운동장이 어딥니까?", "여진 입니까?", "지금 밖으로 나가야 하나요?"

19일 오후 8시 33분께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1㎞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하자 부산시소방부에는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지진 발생후 30여 분 동안 무려 1천987건의 문의 전화가 울렸다.

부산소방본부는 119 전화가 폭주하자 평소 8∼11대를 가동하는 수신 전화기 수를 21대로 늘렸다.

이것도 모자라 한때 51대까지 가동을 늘리기도 했다.

21대까지는 신고전화를 받고 소방차 출동이 가능한 운용상태이지만, 51대 가동 때는 전화는 받지만 각 신고에 소방차가 일일이 대응출동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신고전화는 폭주했지만 소방차 출동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단순 문의전화에 그쳤기 때문이다.

부산시소방본부는 이날 저녁 지진과 관련돼 모두 2천648건의 신고전화가 들어왔지만 위급하다고 판단해 소방차가 출동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신고 대부분이 "지진 맞나?", "여진인가요?", "집 주변에 공터가 어디냐?", "또 올 것 같느냐?" 등 단순 문의로 나타났다.

같은 시각 경주에서 가까운 울산소방서도 지진 발생후 30여 분 사이에 1천220여 건의 신고 전화가 폭주했지만 부산과 마찬가지로 인명피해와 관련된 긴급한 신고는 없었다.

국민안전처는 이날 저녁 전국에서 지진을 느꼈다는 등의 119신고는 모두 1만1천381건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도로 균열 등의 실제 피해신고는 대구 4건, 울산 5건, 경북 2건 등이었다.

지진에 발생 때 단순 119신고는 이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위급상황의 전화를 소방서가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 말고도 화재, 교통사고 등 다른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지진 발생에 따른 대피요령 정도는 본인 스스로 인지하고 행동하는 선진 국민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환 부산소방본부 홍보팀장은 "지진이 나면 문의전화가 폭주한다. 단순 문의전화에 응대하는 시각에 화재 등으로 다른 긴급한 구급 상황이 발생하지나 않을까 정말 아찔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지진이 많은 일본의 경우 긴급전화에 국민이 단순 문의전화를 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재난이 났을 때 재난 대응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이미 충분히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방서에 문의 전화가 많은 것을 신고한 시민을 탓 할 수 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진에 관한 대응 정보를 충분히 받을 수는 사회 시스템이 구축돼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하면 거리 전광판 등 사람이 볼 수 있는 화면은 대부분 지진 관련 정보를 내보낸다.

꺼져있던 TV도 콘센트가 꼽혀 있기만 하면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자동으로 켜진다.

류 교수는 "일본이나 미국은 재난이 났을 때 재난 대응매뉴얼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일본 기상청은 재난이 나면 몇분내로 전국민에게 문자를 보내고 재난방송사인 NHK는 지진방송으로 곧바로 전환한다"며 "정보를 얻을 곳이 많으니 단순문의 전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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