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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제자들이 무섭습니다"…성희롱 당하는 교사들

[리포트+] "제자들이 무섭습니다"…성희롱 당하는 교사들

나는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하지만 요즘 학교로 출근하는 게 겁이 납니다. 나에게 쏟아지는 말들 때문입니다. 무시도 해보고 화도 내봤지만,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생각했지만,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하는 성희롱에 이제는 학교를 떠나고 싶습니다.
나는 제자들이 무섭습니다.
 
교육부의 ‘교권 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학생의 교권 침해 건수는 2011년 4754건에서 지난해 3346건으로 줄었습니다.

교권 침해 유형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업 진행 방해나 폭행·폭언 등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죠. 하지만 성희롱의 경우 2011년 52건에서 지난해 107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 우리 아이 앞날이 창창한데…
 
#사례①
중학생 B군은 수업 관련 인쇄물을 나눠주는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누나 우리 사귀자"고 말합니다. 다른 학생이 장면을 핸드폰으로 촬영한 후 SNS에 '선생님 꼬시기'란 제목의 동영상을 올립니다.

#사례②
고등학생 C군은 교사의 치마 속을 몰래 핸드폰으로 촬영합니다.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단체 모바일 메신저에 올려 학급 친구들과 사진을 돌려봅니다.

지난 5월 한 도교육청에서 초·중·고교에 배포한 '교권 보호 길라잡이'에 수록된 교권침해 실제 사례입니다. 길라잡이에는 차마 기사로 소개하기 민망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성희롱이나 폭행·폭언 등 학생의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조치는 어땠을까요?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학생들은 출석정지 1022건, 교내 봉사 706건, 특별교육이수 667건, 사회봉사 501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퇴학 조치는 119건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죠. 반면 피해 교사에 대한 조치는 병가 144건, 휴직 4건인데, 전보 조치가 762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가해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것보다 피해 교사가 근무지를 옮기는 경우가 더 많은 겁니다.

교사들은 교권을 침해당해도 정당한 조치를 바라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학부모들이 ‘교사가 어린 학생의 미래를 망칠 생각이냐’며 선처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 관할 교육청이 감사를 나오게 되면, 학교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학교장이 사건을 '쉬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교권보호법 시행됐지만…

지난 1월 전국의 교원 7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교권 침해를 당했을 때 '해당 학생과 상담 또는 지도를 통해 혼자 해결한다'는 응답이 37%(287명)로 나타났습니다.

‘혼자 참고, 동료 교사나 학교장에게 전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1.8%(92명)에 달했죠. 절반에 가까운(48.8%) 응답자가 성희롱이나 폭행·폭언을 당하고도 '혼자' 해결하는 셈입니다.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교권보호법'이 지난해 개정된 후, 올 8월부터 시행 중입니다. 교권 침해 사건을 관할 교육청에 보고해도 해당 학교장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개선된 내용이 담겼습니다.

가해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감이 정한 기관에서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피해 교사를 위한 법률 상담과 심리 치료를 지원하는 ‘교원치유지원센터’도 확대 운영됩니다.

하지만 교권보호법에 명시된 가해 학생과 학부모 교육에 강제성이 없고, 다른 사항도 사후조치에만 머물러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성희롱으로 인한 교권 침해는 스마트폰이나 SNS를 통해 발생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등 사회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법적인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죠.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말은 진부한 옛 문구로 전락했습니다. 학생을 무서워하고, 학교를 등지는 교사의 모습이 학교 현장의 서글픈 자화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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