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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엄숙주의 탓하더니…관객 엄격함에 흥행 발목

'고산자', 엄숙주의 탓하더니…관객 엄격함에 흥행 발목
강우석 감독은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개봉 첫날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산자'는 진화된 코미디다. 흥행은 시간이 해결할 것"이라며 기대를 놓지 않았다.

더불어 "영화를 하는 사람들, 평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엄숙주의가 있다. 그런 비평이 영화를 왜소하게 만든다"며 평론가와 일반 관객의 괴리에 대해 아쉬워했다.

지난 7일 개봉한 '고산자'는 19일까지 전국 85만 2,143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추석 연휴에도 일일 평균 관객 수가 10만 명 남짓이었지만 스크린을 500개 이상 유지했기에 상영 여건을 탓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작비 약 100억을 투입한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약 300만 명. 개봉 3주차에 접어들어 사실상 제작비 회수는 불가능해 보인다.

강우석 감독의 20번째 영화 '고산자'는 흥행의 조건을 갖춘 작품처럼 보였다. 90년대 최고의 흥행 감독 강우석 감독이 절치부심하며 연출에 심혈을 기울였고, 예능을 통해 전 세대의 호감을 얻고 있는 차승원이 타이틀롤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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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영화는 평단의 엄숙주의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것일까. 그보다는 관객의 엄격함에 발목이 잡혔다고 보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추석 연휴 관객들에겐 '밀정', '매그니피센트7', '벤허', '드림 쏭', '카페 소사이어티' 등 장르를 막론한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이중 '고산자'와 덩치를 겨눌만한 경쟁작은 '밀정', '매그니피센트7', '벤허'였다. 수백 만의 관객이 몰린 연휴 극장가에선 한 편 이상의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도 많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고산자'는 1, 2순위 밖으로 밀려나 4파전에서 4위를 거뒀다. 

경쟁작들에 비해 상대적 관심과 화제성에 밀렸던 '고산자'는 내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영화는 전국 팔도의 풍광을 오프닝에 집중적으로 배열해 시선을 모았지만, 이후부턴 밋밋한 전개로 일관했다.

베일에 가려졌던 인간 김정호를 보여주기 위해 가족사와 수난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정작 지도를 향한 집념과 고뇌는 깊이 있게 투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극의 온도와 맞지 않는 어색한 코미디들이 이야기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정통 사극과 퓨전 사극 사이에서의 모호한 방향성, 인간 김정호과 시대상을 조화롭게 어우러내지 못한 점도 아쉬움을 자아낸다. 영화 내내 길을 잃은 듯한 하다가 마지막에 와서야 쿵하고 한 방을 때린다.  

관객들은 냉정했다. 강우석과 차승원이라는 브랜드만으로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특히 요즘처럼 적나라한 실관람평이 올라오는 SNS시대에선 호평과 혹평에 과감이 없다. 평단의 평가와 흥행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올해 흥행작들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고산자'의 긴 부진도 관객의 엄숙주의 때문일까. 어떤 관객이 자신의 지갑을 열어 표를 사고 극장에 들어와 웃긴데 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쓸까. 웃기면 웃고, 우스우면 한숨을 쉬기 마련이다. 관객은 솔직하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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