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소환 요구에 불응하는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57)씨를 조사하지 않고 곧바로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 관계자는 19일 "(일본에 체류 중인) 서미경씨가 (한국에) 안 들어올 것 같다. 여의치 않을 경우 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서씨가 검찰 조사에는 불응하더라도 재판에 넘길 경우 출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전 설명 없이 무단으로 재판에 두 차례 이상 나오지 않을 경우 법원은 통상 구속영장을 발부해왔다.
검찰로선 시간적 제약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달 초 서씨의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했지만,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
일본 사법당국과의 공조 아래 이뤄지는 범죄인 인도 청구도 기본적으로 2∼3달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서씨를 조속히 입국시켜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면 곧바로 기소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게 수사팀 시각이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에게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증여받고 수천억원대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은 출석 요구를 받은 20일 오전 9시 30분에 나오겠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한 번으로 끝내고 바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신 회장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여러 입장의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야 구속영장을 청구해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없지 않지만 이런 큰 수사에서 그런 요소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며 "국가 경제 등 수사 외적인 주장들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강 사장의 출석은 7월 12일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작년 미래창조과학부의 롯데홈쇼핑 채널 재승인 심사 때 일부 허위사실을 기재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재승인 허가를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9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미래부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에 사용하고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에 80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6월 롯데홈쇼핑 압수수색 전후로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는 주요 자료를 파기하는 등 증거인멸을 주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강 사장을 상대로 신동빈 회장이 금품 로비나 피에스넷 유상증자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첫 소환조사 이틀 뒤 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롯데건설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는 김치현(61) 사장도 신 회장 조사가 마무리된 뒤 이번 주 중 검찰에 출석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