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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무리뉴-과르디올라, 극과 극의 7일 '더비전이 남긴 것'

[EPL] 무리뉴-과르디올라, 극과 극의 7일 '더비전이 남긴 것'
맨체스터 지역 라이벌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더비전은 언제나 숱한 후폭풍을 남겨 왔다. 경기가 시즌 중반 즈음을 넘어 성사된 해에는 한 팀이 충격패를 당할 경우 으레 성적부진 책임을 묻는 감독 경질설이 뒤따르곤 했다. 어떤 해에는 맨유 수비수였던 리오 퍼디난드가 상대팀 팬이 경기장 안으로 던진 동전에 맞아 눈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피까지 흘리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그 해 맨더비 이후 프리미어리그는 각 경기장마다 삼엄한 '안전 경계령'을 내리고,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했다.

2016/17 시즌 맨체스터 더비는 비교적 빠르게 성사됐다. 시즌 초반인 만큼 경기 승패에 대한 살벌한 평가보다는 양 팀 사령탑의 자존심 대결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맨유의 주제 무리뉴와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현재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격렬한 라이벌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경기 이후 상황은 이전의 맨더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엄청난 후폭풍이다. 승리를 차지한 클럽은 순풍에 돛까지 달고 리그 우승을 향해 전진하게 됐지만 패한 팀은 시즌 초반부터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10일 맨체스터 더비전 승리를 포함해 8연승을 기록 중이다. 맨시티가 클럽 출범 이후 8연승을 기록한 것은 무려 100년도 더 된 일.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더비에서 완벽한 승리자가 됐고, 잉글랜드 무대 입성 약 세 달 만에 그에게 바치는 극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맨유를 시즌 초반 거침 없는 상승세로 이끌었던 무리뉴 감독은 더비전 패배를 포함해 3경기 연속 패장의 멍에를 안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지도자. 주제 무리뉴 감독이 잉글랜드 무대에서 3연패를 당한 것은 첼시 감독 2년 차였던 2006년 이후 무려 10년 만의 일이다. 더비전 이후 두 감독의 상황은 극과 극이 됐다.

문제는 각자를 둘러싼 '분위기'만이 아니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 감독의 상황이 불과 일주일 새에 극과 극의 대반전을 겪게 된 원인에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파격', '혁신'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프리미어리그의 전술 트렌드를 재창조 하려는 기세다. 강력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선이 굵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축구가 기본인 잉글랜드 무대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의 기본 축구철학이 가미된 빠르고, 유기적인 패스 축구와 포지션 전술의 파괴를 선보이며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대형 스타 플레이어 영입은 없었지만 기존에 팀을 이끌고 있던 탄탄한 선수들에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자원을 적절히 섞어 넣어 무결점에 가까운 승리와 경기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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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17일 치러진 본머스전 4-0 대승은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완전히 달라진 맨시티의 최대 강점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최전방에 19살 어린 공격수 이헤나초를 세운 맨시티의 축구에서 스털링, 귄도안에 데브라위너와 놀리토를 더한 공격 조합이 이토록 막강한 위력을 선보일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이 경기에는 리그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아 뛰지 못하는 아구에로와 전력의 또 다른 핵심인 다비드 실바까지 나오지 못했다.

늘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것은 결국 감독이다"고 주장해 왔던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원하는 빠르고 유기적인 공격축구를 바르셀로나에서, 뮌헨에서 그리고 이번에는 맨시티에서 완성해 내려 하고 있다. 과정의 원칙 역시 언제나 같다. '과르디올라 축구'를 이해하고 완성할 수 있는 선수를 활용해, 그 선수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 자신이 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는 식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자신의 세번째 클럽인 맨시티에서 또 한 번 '메시'없이 성공한다면, 메시를 향한 어떤 평가들은 새롭게 내려질 가능성마저, 이제 완전히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신예 공격수 이헤나초와 함께 이번 여름 새로 이적해 온 놀리토와 귄도안을 더한 맨시티의 새로운 공격진 조합이 이토록 빠르게 상대팀들에게 막강한 위협이 될 것이라 전망하지 못했다. 또 다른 예로 데브라위너의 눈에 띄게 달리진 경기력도 단순한 '우연'을 넘어 '꾸준함'의 단계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맨더비를 치르고 3일 이후 뮌헨글라드바흐를 상대로 치른 챔스에서 4-0 대승을 거두고, 불과 3일 뒤 치른 리그 경기에서 팀의 핵심 전력을 배제하고도 또 한 번 4-0 대승을 거둔 맨시티. 'BBC' 및 영국 언론의 주요 패널들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또 한 번 혁신적인 축구를 선보이고 있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가공할 만한 파괴력에 하나 같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그 어떤 감독보다 치밀한 계획과 상대 팀에 대한 전술적 준비로 승리를 가져가는 과르디올라의 방식에서 그가 잉글랜드 축구를 공략할 수 있는 '비기'가 어떤 것인지 이미 제대로 파악한 상태라면 EPL에는 사실 '과르디올라 경계령' 이상의 경보가 내려져야 할 지도 모른다. 맨시티 감독 부임이 확정된 이후 클럽에 합류하기 상당한 기간 전부터 과르디올라가 선수들 훈련 모습을 일일이 비디오로 촬영해 보고 받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패스 훈련에 돌입하도록 지시한 일화 같은 것을 그저 단편적인 과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맨시티의 전력은 예상보다 훨씬 탄탄하고, 꽤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제 더 이상 빌드업 능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내쳐진 골키퍼 조 하트를 떠올리는 맨시티 팬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반면 맨유 감독 무리뉴의 상황은 심각하다. 과르디올라 감독과는 '극과 극'이다. 과거에도 무리뉴 감독은 경기 직후 '심판'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기는 그 경기를 전후한 상황이 꽤나 안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무리뉴는 지난 18일 왓포드 원정에서 3-1로 패한 직후 '심판'을 문제삼지 않았다. 아니 문제 삼았지만, 심판 판정을 받아들였고 자신과 클럽이 처한 진짜 '문제'를 인정했다. 맨유는 맨시티전 패배 이후 공격력과 수비전술이 동시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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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3연승이 막강한 존재감을 내뿜던 즐라탄의 발끝에 크게 기대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 큰 문제다. 새로 이적해 온 즐라탄과 나머지 공격진들과의 조화, 역시 새로 이적해 온 포그바의 활용 문제 그리고 안정감 없는 수비진까지. 사실 이런 문제는 예상 밖의 것들이 아니었다. 취약해진 맨유의 수비는 지난 몇 년 간 맨유를 유럽 최정상의 클럽에서 리그 중위권 팀으로 서서히 끌어내린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극한의 수비전술을 구사하는 무리뉴가 부임했지만 그에게는 시즌 초반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구현해 내는 것 보다는 당장의 임팩트 있는 승리가 더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전략은 시즌 초반 상당한 반사이익을 내며 성공가도에 오르는 듯 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무리뉴 감독은 5라운드 왓포드전 패배 직후 "우리는 커뮤니티실드에서 승리했고, 리그에서도 연달아 세 번의 승리를 맛 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감독으로서 더 이상의 만족스러운 출발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우리 팀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을까? 절대 아니다. 나는 오늘 경기를 통해 이 팀은 완벽하지 않으며, 어떤 선수들은 아직 불완전한 상태에 있고 또 그 중 누군가는 실수할 수 있음을 완전히 인지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맨유는 불안한 수비와 지난한 공격력 속에 2015/16 시즌을 가까스로 5위로 마쳤던 팀이다. 무리뉴 감독은 3연패라는 쓰디 쓴 결과를 통해 현재 맨유의 객관적 전력을 뼈 저리게 파악한 셈이다. 

굳이 다행인 점을 꼽으라면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사실. 자신이 맡게 된 팀의 능력치와 완성도를 누구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파악하게 된 무리뉴. 3연패라는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수업료'지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도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가운데 다가오는 9월 셋째주 EPL 6라운드를 앞둔 일정은 맨유가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지난 4라운드 맨유 원정 이후(같은 맨체스터 지역이어서 원정의 여파가 적다) 맨시티는 두 차례의 경기를 모두 홈에서 치렀다. 이번에는 맨유가 6라운드와 7라운드 상대인 레스터 시티, 스토크 시티를 안방으로 불러 들인다. 9월 말 예정된 유로파 경기 역시 홈이다. 반면 맨시티는 6라운드 스완지 원정 이후 챔스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기 위해 셀틱 원정을 떠나고 이후에는 런던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원정 7라운드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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