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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트라우마 호소하는 경주시민…"일부 주민 증상 심각"

불안증세로 병원·약국 찾아…대한적십자사 '정신적 외상 치료' 나서<br>"마음 속 공포 떨쳐내는 게 더 큰 과제"…"정부·지자체 차원 지원 필요"

지진 트라우마 호소하는 경주시민…"일부 주민 증상 심각"
지난 12일 연거푸 발생한 규모 5.1∼5.8 지진에다 1주일 동안 370여 차례 여진(규모 1.5∼5.0)을 겪은 경주시민 등이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성별·연령에 상관없이 가만히 누워 있어도 집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주변 공사장에서 들리는 '쾅쾅','윙윙'하는 기계 소리 등에 순간적으로 몸이 움츠러드는 등 일이 잦다고 한다.

전문가 등은 "지진으로 발생한 재산 피해도 문제지만 시민 마음속에 파고든 공포감을 떨쳐내는 것이 더 큰 과제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강진 진앙인 내남면 부지리에 사는 주민들은 "집 바닥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 누워있지 못하겠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신경이 곤두선다"는 등 고통을 호소한다.

상황이 이렇자 대한적십자사 경북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대구한의대 상담심리학과 등은 추석 연휴인 지난 17∼18일 내남면 주민 50여명을 상대로 '정신적 외상 치료' 활동을 벌였다.

신체·정신적 스트레스 설문조사와 미술치료, 집단 상담을 했다.

또 어지럼증과 불안, 수면장애 극복을 위한 경락마사지 등 신체이완 프로그램 등을 실시했다.

대구한의대 관계자는 "일부 주민은 생각보다 증상이 심각하다"며 "심리 치료 등 처방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남면 주민뿐만 아니라 경주 곳곳에서 만난 상당수 시민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걱정했다.

경주에 사는 이모(55·회사원)씨는 "지진 때문에 추석 연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며 "작은 피해라도 본 주민은 여진에 폭우로 혹시나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유리창이 깨지고 제품이 진열대에서 떨어지는 등 피해를 본 경주 중앙시장 한 상인은 "'쿵'하는 소리에도 심장이 두근두근한다"며 "조금만 흔들려도 상인 모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란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경주 시내 한 약국 관계자는 "청심환이 평소보다 4∼5배 더 많이 나갔다"며 "남성보다는 할머니, 아주머니 등 여성이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동국대 경주병원에도 지진 이후 불안증세를 호소하는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대체로 지진이 또다시 올까 봐 밤새 잠을 못 이루는 등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을 겪은 탓에 불안증세를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으로 보고 우선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 치료를 하거나, 수면제 처방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와 가까운 포항을 비롯해 대구, 울산, 부산 등에 사는 시민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중구 한 오피스텔 27층에 사는 최모(38)씨는 "지진을 겪은 뒤 방에 있기가 겁난다"며 "층수가 낮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에 사는 권모(39)씨는 "지진이 또 발생해 물건이 떨어지면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책장, 냉장고 윗부분에 올려 뒀던 물건을 모두 내려놨다"고 했다.

인터넷 포털에도 '헬기 소리가 너무 커서 심장이 자꾸 쿵쾅거린다', '바람 때문에 방충망이 덜컹거리는 소리에도 겁을 먹었다.

소리에 민감해졌다'는 등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구한의대 김성삼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으나 심하면 전문가 상담, 약물치료 등 처방이 필요하다"며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트라우마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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