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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날벼락' 은평 다세대 주택 방화…수억 원 배상 가능할까

[취재파일] '날벼락' 은평 다세대 주택 방화…수억 원 배상 가능할까

전병남 기자 nam@sbs.co.kr

작성 2016.09.19 14:37 수정 2016.09.19 14: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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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현장을 찾아가니 상황은 훨씬 심각했습니다. "작은 방화 사건이겠지"라고 생각한 건 오판이었습니다. 사망자가 없는 게 오히려 기적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추석인 지난 15일 새벽, 서울 은평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건물 안팎은 온통 검게 그을려 있었고, 탈 수 있는 건 모조리 타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졸지에 이재민 신세가 됐습니다. [2016.09.15 8뉴스 관련기사]  ▶ 아버지와 싸운 뒤 술 취해 방화…주민 날벼락

범인은 하루도 채 못 가 잡혔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던 26살 조 모 씨였습니다. 조 씨가 불을 지르는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잡혔습니다. 경찰은 동네 주민들을 수소문해 술에 취해 집에서 잠자던 조 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법원, 구속영장 기각…"배상책 찾아라" 해석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새벽까지 소주 4병을 마셨고, 아버지와도 싸웠다"며 이후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불을 낸 과정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범행 사실 만큼은 인정했습니다. 무엇보다 범행 장면이 모두 CCTV에 기록됐기 때문에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경찰은 조 씨에게 방화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구속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당했습니다. 물론 범죄 혐의가 소명 안됐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편이 낫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 배상 부분에 대해서도 법원으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 피해액 수억원 달할 듯…배상 가능할까

하루 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의 생활은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몇몇은 모텔을 전전하고 있고, 일부는 친척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 주민은 "가지고 나온 옷과 이불에서 매캐한 냄새가 빠지지 않아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탄식했습니다. 다른 피해자 역시 "모아둔 돈에 대출금을 더해 새 집을 마련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던 일부 주민들은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방화로 인한 피해금액이 1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8대와 오토바이, 자전거가 형체만 남아있을 정도로 다 탔습니다. 신축 다세대 주택 10여 세대의 수리비도 모두 물어줘야 합니다. 추가 피해 집계에 따라 금액은 더 커질수도 있습니다. 현재 전체 피해 가구 중 세 집 정도만 화재 보험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조 씨로부터 배상을 받는 것 외엔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조 씨는 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법원이 선처를 결정한 데엔 조 씨의 배상 의지 역시 큰 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요리사인 조 씨가 피해 변제 금액을 마련하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 씨의 가정형편도 넉넉치 않아 보인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입니다. 최악의 경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길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형법 제164조에 따르면 현주건조물방화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무거운 범죄입니다. 순간의 취기(醉氣)는 조 씨에게 형사적 책임, 그리고 피해 배상이라는 무거운 의무를 남겼습니다. 아직도 조 씨의 가족들은 조 씨가 저지른 범행의 무게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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