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제시한 최종 수정 자구안은 5천억 원 추가 지원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한진그룹 계열주의 한진해운 회생의지가 미약하고, 추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구안에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그리고 8월30일, 한진해운에 대해 추진되던 한진그룹과 채권단의 자율협약이 결렬됐음을 선포했다.
한진그룹과 채권단의 자율협약이 결렬되고 법정관리가 결정되자, 화주들과 부산시민들은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와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한진해운을 살려내라며 시위를 벌였다. 한진그룹측도 더 이상 지원할 경우 배임의 소지가 있다며, 정부의 추가지원이 부족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8월29일 한진그룹측이 채권단에 제시한 한진해운 부족자금 조달방안은 크게 3가지다. 우선 1)대한항공이 신규자금지원과 출자전환, 유상증자를 통해 2016년에 2천억 원, 2017년에 2천억 원 등 모두 4천억 원을 지원한다. 2)한진그룹 계열회사 및 조양호 회장은 2017년에 1천억 원 까지 추가 지원한다. 3) 이미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33.2%)의 차등 감자를 수용하나,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권(2,200억 원)은 출자전환 후 감자를 하지 않는다.
산업은행의 관계자는 바로 세 번째 조항, 영구채권의 처리 방안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측은 이번 최종 수정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대전제로 한진해운의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구채에 대한 감자(기존 보유주식 수 감축)를 하지 않으면, 대한항공은 결국 최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게 됩니다.”
채권단은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권에 대한 감자를 하지 않는다면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며, 그렇게 하려면 대주주인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부족자금 1조원에서 1조3천억 원을 모두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한진그룹측은 5천억 원 이상은 지원할 수 없다며 법정관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결국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채권단과 줄다리기를 하다 법정관리를 선택한 셈이다.
서울지방법원은 파산부는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에 대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결정하면서 한진해운의 기존 대표인 석태수 사장을 법정 관리인으로 지정했다.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 : Debtor in Possession)에 따른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부실을 자초한 기존의 경영진이 법정관리를 담당하는 것에 대해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채권단과의 최종 협상 과정에서 한진 측이 보여준 태도에서 나온 문제 제기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1백억 원을 사재 출연하고, 조양호 회장이 약속한 4백억 원도 한진해운에 입금되면서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은 점차 해소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약속한 6백억 원은 담보취득 문제로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진해운에 대한 법정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법원은 한진해운 컨테이너의 하역에 드는 비용이 1천7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8위의 한진해운이 세계 해운업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3%, 운용하는 선박은 101척에 불과하다. 세계 1위 머스크의 시장점유율은 15.2%, 운용하는 선박은 619척에 달한다. 머스크를 비롯한 세계 5대 해운업체가 시장의 47%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시장점유율은 1.9%에 그치고 있다.
보유선박의 경쟁력도 외국 대형선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의 한 해운업종 애널리스트는 “머스크 등 대형 해운회사들은 1만7천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대형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해운회사들은 겨우 수천 개 정도 실을 수 있는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단가 면에서 다른 대형 회사들을 당할 수가 없다. 우리 해운산업은 투자와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쳤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고, 상품들이 가볍고 얇고 작아지면서(輕薄短小) 앞으로 경기가 회복돼도 해운 물동량은 그리 늘어나지 않을 것인 만큼 앞으로 세계경제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해운업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반도국가로서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 해운업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강도 높은 산업경쟁력 회복 방안을 고민해야 탈출구가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구채(永久債): 만기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으로, 일반적으로 회사가 부도날 경우 다른 채권보다 상환 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고위험ㆍ고수익 채권으로 분류된다.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지만, 정해진 발행회사 선택에 따라 수년 뒤 돈을 갚을 수 있는 콜옵션이 있어 중도 상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영구채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으로, 부채지만 발행자의 명시적 상환의무가 없다는 측면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상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고, 유상증자와 비교 시 대주주 지분율도 그대로 유지되어 지배구조에 변동 없이 자본 확충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대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영구채 [永久債, consol bond, perpetual bond] (시사상식사전, 박문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