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16년) 중국의 중추절은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국경절 연휴와 시기상 붙어 있어서인지 우리나라보다 짧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명절에는 선물을 주고 받는 게 당연한 인사다. '꽌시' 문화 때문에 명절 선물 주고받기에 중국이 더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봐야 한다.
중국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중추절에 월병(月餠)을 선물로 주고 받는다. 한국사람이 송편을 먹는 것과 똑같다.
문제는 월병이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뇌물로 변질된 데 있다. 개혁, 개방으로 경제가 발전하면서 월병 안에 금과 은 등을 넣은 초호화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이 월병 세트가 공무원 등 고위직에게 줄 뇌물로 불티나게 팔리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견제가 없는 공산당 일당독재는 이런 부패를 더욱 조장한다.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됐으면 1998년 취임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런 말까지 했을까 할 정도다. “관(棺) 100개를 준비하라. 그 중에 한 개는 내 것이다. 청렴한 정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 강국은 물론 국가가 바로 서기 어렵다.” 이렇게 까지 배수진을 친 주룽지 총리의 노력은 그러나 실패했다. 기득권의 저항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중추절에 ‘사이버 월병’ 주의보가 내려졌다. 중국에도 최근 모바일 결제가 널리 사용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상품권을 선물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돈으로 천만 원 가까운 사이버 월병 상품권까지 등장하면서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뇌물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이버 월병 상품권은 무기명으로 되어 있어, 주고 받는 사람이 확인되지 않는데다 인터넷 쇼핑몰과 재래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이런 말이 있다.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 정부 당국에서 아무리 엄격하게 이런 저런 규제를 내놔도 사람들은 이를 빠져 나가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고안해 낸다는 의미쯤 되겠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를 겨냥해 사이버 월병도 뇌물이라고 규정하고 낙마한 부패 호랑이들이 부패의 길로 들어선 것이 바로 월병 한 상자 때문이었음을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뇌물을 주고 받는 행태도 다양화하자 중국 대륙에서 이번 중추절에 나타난 씁쓸한 신풍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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