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스마트폰 없으면 어쩌라고…'숙제 반톡방' 고민

[리포트+] 스마트폰 없으면 어쩌라고…'숙제 반톡방' 고민
준비물이나 숙제를 적어오던 알림장을 기억하시나요?
담임 선생님이 칠판에 적거나, 불러주시는 내용을 기록하던 알림장. 그런데 요즘 ‘반톡방’이 초등학생의 알림장 기능을 대신 하고 있습니다.
 
[ 초등학생 4학년 ]
“엄마, 우리 반에서 두 명만 스마트폰 없다고요! 반톡방에서 나만 엄마 이름이잖아요.”

요즘 학부모 A씨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 때문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화·메시지 등 필수 기능만 되는 ‘키즈폰’을 사주려고 했지만,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어 고민입니다.

담임 교사가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에서 단체 대화방인 반톡방을 만들어 알림장을 대신해 숙제와 준비물을 안내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는 아이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빌려줬지만, 같은 반 친구의 스마트폰을 보고 “왜 나만 안 사 주냐!”고 따질 때면A씨는 할 말이 마땅치 않습니다.

● 독후감 감상은 ‘톡’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이 필요한 이유는 반톡방 뿐만이 아닙니다. 각종 숙제도 스마트폰으로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책을 읽고 작성하는 독후감이나 견학 감상문을 ‘학급 밴드’에 올려야 하는 숙제도 있습니다. 밴드는 글, 사진 등을 구성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데, 앱을 다운받아야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일부 학교는 학급 밴드에 숙제를 올린 후, 반톡방에서 학생들끼리 감상 후기를 주고받도록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교사들은 반톡방이 알림장보다 효율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초등학생들이 기억하기 힘든 긴 내용을 바로 학부모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에게 안내문을 보낼 때도 종이로 된 안내문은 학생들이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반톡방을 활용하면서 분실하는 경우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합니다.

● 스마트폰 없는 우리 아이는 어쩌나

초등학생의 학교 수업에 스마트폰이 폭넓게 활용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늘어났다는 겁니다.
 
[ 스마트폰 사용을 우려하는 부모 ]
"집에 오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요. 혼을 낼 수도 없어요. 학교에서 숙제를 스마트폰으로 하라고 하는데 잔소리를 하면, 학교 숙제라고 반박하고…

밴드에 숙제 올리고, 같은 반 친구들 숙제 읽고, 실시간으로 톡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안 좋은 게임이나 영상도 쉽게 볼 수 있다던데, 매번 확인할 수도 없고 걱정돼요."

학교의 적극적인 스마트폰 권장이 학생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스마트폰 가격이나 매달 내는 요금을 생각하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에선 구매 자체가 부담일 수 있는데, 일률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손 안의 마약’ 이대로 괜찮나?

스마트폰은 중독성이 강해 '손안의 마약'이라고 불립니다. 지난 5월, 여성가족부는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3~4월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146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위험군이 줄어든 것에 비해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이 크게 늘면서,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의 초등학생 4학년 42만 9000여 명 가운데 2만여 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년 전인 2014년 1만 3,000여 명에 비해 약 58% 증가한 겁니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성이 증가하면서 ‘반톡방’, ‘학급 밴드’ 등 학교의 스마트폰 활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넷과 스마트기기가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서 스마트폰 활용을 무조건 막는 것보다, 학습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 강영하 / 공주교대 초등교육학과 교수 ]
"스마트폰을 활용한 교육은 교사와 1대 1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등 장점이 많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친구들의 숙제까지 읽다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점은 학부모나 학생 모두 유의해야 할 점입니다.

수업과 학습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려면, 학생 본인의 조절도 중요하지만,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