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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탈락 사유는 됐고, 통보라도…" 답답한 취준생들

[리포트+] "탈락 사유는 됐고, 통보라도…" 답답한 취준생들
“기업들이 탈락한 자소서 피드백 간단하게라도 해주면 좋겠어요.”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 꾸준히 올라오는 글 중 하나입니다. 한 문항에 1,000자씩 요구하는 기업의 자기소개서를 정성스럽게 써도 돌아오는 답변은 아무것도 없을 때가 허다합니다.

취업 준비생 대부분은 탈락한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 합니다. 모 취업포털 설문조사 결과, 취업준비생 1,526명 중 89.3%가 ‘탈락사유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라고 답했습니다.

피드백을 받으면 다음 취업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몰랐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죠.
탈락 사유를 모르는 취업 준비생은 자신이 떨어진 이유를 눈에 보이는 ‘스펙’ 때문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탈락 경험이 반복될수록 고스펙 쌓기에 더욱 몰두하는 것이죠. 취업 시장에서 고스펙 쌓기 현상이 지속되는 한 가지 원인이기도 합니다.

●“내 자식 탈락 사유 알려줘” 캥거루맘까지

실제 탈락 사유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기업은 극히 소수입니다.

왜 기업들은 탈락 사유를 알려주는 데 인색한 걸까요? 기업 입장에서는 탈락자에게 피드백해주는 것을 오히려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기업 인사담당자 186명 중 81.7%가 ‘면접 탈락자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제공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 가능)로는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34.2%)’가 가장 많았습니다.

뒤이어 ‘밝히기 어려운 부분(27%)’이라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또 ‘오히려 지원자들이 탈락 사유 피드백으로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23%나 차지했습니다.
탈락 사유를 밝히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수천 명이 넘는 지원자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여건과 더불어, 기업 위주의 사고방식이 주류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쉬운 쪽은 취업 준비생인데, 번거롭게 그들을 위해서 탈락 사유를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탈락한 이유를 알아내고자 자식 대신 나선 부모들도 있습니다. 기업 인사팀에 부모가 직접 연락해 ‘내 자식이 왜 떨어졌느냐?’라며 묻는 이른바 ‘캥거루 맘’이 등장한 것이죠.

기업 인사팀 사이에서 알려진 캥거루 맘 유형은 다양합니다. 유명 대학을 나온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상담형부터 울먹이며 전화로 “탈락한 내 딸이 죽고 싶다고 한다. 제발 뽑아달라”며 읍소하는 읍소형도. 상담과 하소연을 반복하다가 결국 ‘합격자 명단, 스펙을 공개하라’며 항의하는 협박형까지.

취업 시장에서는 진상으로 불리지만, 내 자식이 탈락한 이유를 도통 알 길이 없으니 직접 나선 것입니다.

●탈락 사유는 됐고, 통보라도 좀..

“떨어졌으면 상처받을까 봐 배려? 통보받고 떨어지면 알기라도 해서 다행이지… 모집기간 끝났는데 연락이 안 와, 눈치껏 ‘떨어졌구나’ 알아차리면 기분 더 더럽다. 최소한 통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취업준비 커뮤니티의 게시글)
 
탈락 사유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탈락 통보라도 제대로 해달라는 아우성도 있습니다. 올 상반기 채용 탈락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1.8%가 탈락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합격통보가 없어서 탈락했을 것으로 생각한다(55.9%)’라며 체념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면접 이후 깜깜무소식에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면 “그거 채용 끝났는데요”라며 무뚝뚝하게 답변을 내놓는 기업도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은 탈락 통보를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역량형, ‘안타깝게도’로 시작하는 안타까움형, 그리고 자신들이 탈락시켜 놓고선 ‘합격자 명단에 없다’라고 명시한 유체이탈형도 있습니다.

탈락한 구직자를 위로해주는 장문의 ‘힐링형’ 통보도 있죠. 하지만 글만 길뿐 왜 탈락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채용에서 떨어지고 난 뒤 오는 침묵은 구직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합니다. 탈락하면 제 탓으로 여기고, 겉만 번지르르한 힐링형 메일에도 감동 받는 게 취업 준비생입니다.

탈락 사유를 피드백해주는 노력이 기업에 꼭 불필요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모 대기업은 면접 결과를 피드백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구직자의 면접 점수를 각 전형별로, 분포와 평가요소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면접관은 더 꼼꼼하게 평가하려고 하고, 구직자도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 모 대기업 인사팀 ]
“채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고, 최근에 입사한 신입사원에게도 의견을 물어봤을 때 긍정적인 응답이 있어서 여러 번의 회의 끝에 면접 결과에 대한 피드백 프로그램을 운용하게 됐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하반기 공채가 시작됐습니다. 여기저기 열리는 취업 박람회나 채용 설명회에 취업 준비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들은 대체 언제까지 탈락사유를 알지 못한 채 지원과 탈락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요?

(기획·구성 : 임태우·김다혜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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