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환 전 록앤올 공동대표 (사진=연합뉴스)
유명 국산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만든 박종환 전 록앤올 공동대표가 구글 지도 반출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국내 관련 산업의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 견해를 밝혔습니다.
박 전 대표는 오늘(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구글이 우리 지도를 반출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해도 세금이 (더) 들어오거나 고용이 늘어날 일은 없다"며 "국내 지리정보서비스(GIS)나 위치기반서비스(LBS) 생태계만 망가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제2의 김기사가 나오겠느냐"고 주장했습니다.
구글은 미국과 타이완 등 한국 바깥의 글로벌 서버에서 각국 지도를 처리해 구글 지도(구글맵) 서비스를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까다로운 정부 규제 때문에 지금껏 이 외국 서버로 우리 지도를 가지고 갈 수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올해 6월 '한국판 구글맵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하고 싶다'며 지도 국외 반출을 우리 정부에 신청했지만, 반출의 정당성을 두고 찬반 논란이 팽팽한 상태입니다.
박 전 대표는 "구글이 가져가려는 대한민국 정밀지도는 사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수천억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 공공재"라며 "구글은 이 지도로 실시간 교통 상황·상권 분석·관심 장소(POI) 검색 등의 고급 데이터를 만들어 비싸게 팔거나 자신만의 사업에 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몇 년 전 일본에서 내비게이션 사업을 하려고 구글에 관심 장소 검색과 관련해 데이터·서비스 연계(API 제공)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더니 엄청나게 큰 사용료를 달라고 해 포기한 적이 있었다"고 회고하면서 이런 사례를 볼 때 지도 반출에 관한 구글의 의도는 명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록앤올을 설립하고 2011년 인기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내놔 국내 지도 업계를 놀라게 한 '창업 신화' 주인공입니다.
록앤올은 이후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작년 카카오에 100% 지분이 인수됐고 김기사는 카카오 내비·카카오 택시 등 서비스의 뼈대가 됐습니다.
박 전 대표는 현재 카카오 내비 팀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애초 지난달 25일 구글 지도 반출의 허가 여부를 정할 예정이었으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심의 기한을 오는 11월23일까지로 연기했습니다.
구글 측은 '지도 반출이 허용되면 구글맵의 최신 기능을 한국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