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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9개월 만에 상봉한 필리핀 父子 '특별한 이틀 휴가'

한국서 9개월 만에 상봉한 필리핀 父子 '특별한 이틀 휴가'
▲ 한국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노동자 알란 아야만씨와 그의 아들 켄군 (사진=연합뉴스/기아대책 제공)

이달 6일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펼쳐진 '희망월드컵' 필리핀 대 브라질 경기에서 한 남성이 쉴 새 없이 "화이팅"을 외치며 필리핀 팀을 응원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노동자 알란 아야만(42)씨였다.

그는 이 경기에 선수로 참가한 아들 켄(11)군을 응원하려고 경기장을 찾았다.

희망월드컵은 네팔·말라위·브라질·필리핀 등 10개국에서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의 결연 아동 110명이 선수로 참가한 축구대회다.

이번 대회가 열린 6∼10일 10개국에서 온 아이들은 축구와 문화체험을 하며 희망을 키웠다.

특히 아야만씨 부자(父子)는 9개월 만에 상봉해 특별한 휴가를 보냈다.

2006년 한국에 온 아야만씨는 약 10년째 광주의 한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아내와 아들 둘을 남겨두고 돈을 벌고자 한국행을 택했다.

휴가를 받아 돌아가는 매년 12월을 제외하고는 1년에 11개월을 홀로 한국에서 지낸다.

아야만씨는 한 달 평균 180만원을 벌어 매달 100만원을 필리핀으로 보낸다.

100만원은 필리핀에서는 일반 노동자들 월급의 5배 정도다.

덕분에 그의 가족은 필리핀에서 집을 샀고, 두 아들도 정식 교육을 받는다.

아야만씨는 지갑에 넣어둔 가족사진을 수시로 꺼내보고, 일주일에 3∼4차례 아내와 인터넷 전화로 통화하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랜다.

그런 그에게 12월이 아니라 석 달 이른 9월에 한국에서 아들을 볼 기회가 생겼다.

2년 전부터 필리핀에서 기아대책의 아동 후원을 받는 아들 켄이 희망월드컵에 참가하면서 한국을 찾았고, '짧지만 긴' 아들과의 1박 2일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휴가를 낸 아야만씨는 경기 전날인 5일 오후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아들과 함께 공식 환영행사에 참여하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9개월 만에 보는 아빠가 낯설었던 켄은 처음에는 부끄러워했지만 이내 아빠를 쫓아다니며 쉴 새 없이 못다 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아야만씨 부자는 다음날 오전 경기장을 찾았다.

아들은 축구를, 아빠는 응원을 했다.

켄군이 부상으로 실려 나오자 아야만씨는 계속 발을 주물러주며 아들을 격려했다.

필리핀은 브라질에 0대 8, 말라위에 0대 12로 크게 패했다.

서럽게 우는 아들을 달래는 일 역시 아빠의 몫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아들과 둘만의 짧은 시간을 보낸 아야만씨는 그날 오후 열린 개막식 행사는 보지 못한 채 광주로 돌아갔다.

아야만씨는 "이틀이지만 아들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며 "아들이 건강히 커서 자랑스럽다. 12월 필리핀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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