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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한진해운 사태, 미리 대처하지 못했던 배경

* 대담 : 차병준 SBS 선임기자

▷ 박진호/사회자:
 
뉴스인사이드, 차병준 SBS 선임기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한진해운 사태, 연일 보도되고 있는데. 이번 주가 고비라고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네. 그렇습니다. 시끄러웠죠. 국내에서 부실한 해운사 하나를 법정관리로 넘긴 일이 이렇게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번지면서 세상을 시끄럽게 했습니다. 해운사 대주주의 무책임한 버티기와 정부의 안일한 정책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첫 단추부터 꼬여버리면서 경제 현안인 남은 구조조정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우려가 큽니다. 미리 대비를 했더라면 충분히 피해서 갈 수 있었던 경제 암초를 굳이 들이박고 위기를 키운 셈 되지 않았습니까? 한진해운 사태의 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먼저 원인부터 따져보죠. 무엇보다 법정관리라는 결정의 파장을 미리 대비를 못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데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그렇습니다. 준비 없는 법정관리의 결과가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파장인데 제대로 대비를 못한 배경. 두 가지로 설명을 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대주주인 한진그룹과 채권단 사이에 힘겨루기가 막판까지 진행된 탓입니다. 채권단은 7천억 원 수준의 자구안을 요구했지만 한진그룹은 그에 못 미치는 자구안을 내고 버텼습니다. 국내 1위의 해운사를 설마 버리겠느냐. 이런 기대 섞인 배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도 한진해운을 살리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던 것으로 보입니다. 채권단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날 아침에 한진해운 주가가 18% 넘게 올랐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겠죠. 어쨌든 마지막 날까지도 채권단과 한진그룹 간의 힘겨루기만 있었고 플랜 B라고 할 수 있는 법정관리라는 상황에는 대비를 못했던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죠.
 
▶ 차병준 SBS 선임기자:
 
두 번째는 쉽게 말하면 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어떤 파장이 벌어지고, 그러니까 어떤 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죠. 정부가 과거에 STX 팬오션, 그리고 대한해운의 법정관리 경험을 가지고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STX 팬오션은 컨테이너선 규모가 5% 정도밖에 안 됐고, 대한해운은 벌크선 사업만 했기 때문에 컨테이너선 사업이 95%인 한진해운과는 대응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덩치가 달랐다는 얘기군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그렇습니다. 한진해운 정도 규모의 회사를 법정관리로 넘기는 상황이라면 법정관리 신청과 동시에 주요 상대 국가 법원에 스테이 오더, 선박 압류 금지 신청을 곧바로 제기하도록 준비를 미리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각 나라의 항만에서 선박 압류와 입항을 못하는 사태가 속출한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해운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라고밖에 설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구조조정 결정이 채권단과 금융위, 이런 금융 쪽 의사 결정 중심으로 이뤄진 과정도 배경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에야 할 수밖에 없는 얘기지만. 해운업계에서는 법정관리 결정 전에 이 파장에 대한 경고를 미리 했었는데. 정부나 채권단은 이를 무시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예.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운임 폭등, 그리고 화물 감소 등으로 연 17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부산 지역 해운항만 업계만 2,300개 일자리가 줄 것이다. 이런 경고를 선주협회에서 내놨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나 채권단은 과장됐다며 일축을 했죠. 아마 선주협회니까 대주주인 한진그룹 편을 들어주기 위해 과장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넘기는 결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해상 물동량 문제와 해운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같은 금융, 해운산업 측면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서 다각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했다. 이렇게 밝혔었습니다. 그 간의 과정에서 이미 빌 공(空)자, 공언으로 확인된 말이죠. 나중에는 한진해운 측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아서 대비에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정부가 해명을 하고 나섰는데. 정책 당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오히려 실망감만 더해줄 뿐이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약간 좀 초라한 해명이 됐어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그렇죠. 대주주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진해운에 대해서 법정관리 자체는 불가피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그 파장 예측하고 대책 마련하는 것은 어쨌든 정부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또 하나는 물류 대란이 벌어진 이후의 대응인데. 이것도 역시 미흡했다. 이런 지적이 나왔죠.
 
▶ 차병준 SBS 선임기자:
 
그렇죠. 법정관리 직후부터 외국 항만에서 압류되거나 입항마저 거부돼서 바다를 떠도는 선박들의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었습니다. 물건을 보내지도 받지도 못하면서 수출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었었죠. 글로벌 물류 대란이 벌어진 것이고, 우리 경제의 신뢰도까지 함께 추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 과정을 볼까요? 해양수산부에서 운영하는 비상대응반이 관계 부처 합동 대책 TF로 확대 개편된 게 이달 4일입니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해서 자금 지원을 거부하며 사실상 법정관리로 넘긴지 엿새째가 돼서야 사실상 종합대책본부가 구성이 된 것입니다. 가장 시급한 게 압류되거나 바다를 떠돌고 있는 화물들의 처리 문제. 즉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의 묶인 발을 풀어줘야 하는 것이었는데. 현실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선박 압류 금지 신청을 하고 선박 압류 위험이 적은 곳을 거점 항만으로 지정을 해서 공해상의 선박을 유도한다는 정부였습니다. 무엇 하나 해결되는 상황이 없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제부터라도 빨리 해결을 해야 되는데. 결국 지금 상황은 한진해운이 밀린 각종 대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는 해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그렇죠. 그런데 이 부분도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무엇이냐면 한진해운의 체납 금액이 생각보다 워낙 많았던 겁니다. 용선료, 하역운반비, 장비임차료 이런 것을 포함해서 6천억 원이 넘는 대금이 밀려있었습니다. 회사가 법정관리로 들어가니까 이 밀린 돈 못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해외 항만 당국에서 선박을 압류를 한 것이죠. 일단 하역을 위해서라도 2천억 원 정도 최소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진해운. 사실상 여력이 없죠. 돈 달라고 손 내밀 곳, 결국 채권단과 대주주인 한진그룹밖에 없는 거죠.
 
▷ 박진호/사회자:
 
당장 묶여있는 선박들을 풀어내는 것도 힘든데. 이 사태를 일단 해결한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게 아니잖아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앞으로 수출입 물량의 처리 문제. 굉장히 시급한 과제입니다. 당장 미국 최대의 쇼핑 성수기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성탄절이 다가오죠. 이 달 말에서 다음 달 초에는 선적을 해야 하는데. 수출업체들은 껑충 뛰어오른 운임, 대체 선박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당초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 선사들의 수송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해운동맹에서 한진해운의 화물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방법이 없어졌죠. 현대상선 선박을 대체 투입하는 방안도 물량 면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상 물류에 차질이 계속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인데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죠. 정부가 관계 장관 회의까지 열었지만 뾰족한 해법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어쨌든 현실적으로 물류 대란이 일어났고. 여기에 따른 소송이 잇따를 것 같은데. 이게 또 다른 후폭풍이 될 것 같은.
 
▶ 차병준 SBS 선임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앞서 말씀드린 체납대금에 대한 청구 소송이 예상이 되죠. 그리고 선박이 압류되거나 입항하지 못하면서 한진해운이 약속된 날짜에 화물을 운송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입니다. 소송 규모가 최대 140억 달러, 우리 돈 15조 6천억 원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영국 해운사인 조디악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307억 달러 규모의 용선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 사태를 예고해놓고 있습니다.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이고. 한국의 대외 신용도 하락도 우려가 됩니다.
 
▷ 박진호/사회자:
 
결국 한진해운이 회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많아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번 해운업 1차 구조조정은 현대상선 하나만 살아남는 결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데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거죠. 법정관리의 결과가 꼭 청산만은 아닐 수 있지만. 한진해운 경우에는 잃어버린 게 너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해운동맹 네트워크를 이미 잃었고요. 신뢰도도 추락했습니다. 소송 사태의 결과도 어떤 악재가 될지 모릅니다. 채권단이 지원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운영 자금 마련도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요인을 따져볼 때 결국 한진해운은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가 있는 거죠. 그렇게 되면 결국 대형 국적 해운사로는 현대상선 하나만 남게 됩니다. 그런데 현대상선도 앞날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습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약 4천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습니다. 그래서 보유 자금이 7천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현대증권 매각 등으로 인해서 현대상선이 1조 2천억 원을 마련하지 않았습니까? 이를 확보한 덕분에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미 4천억 상반기에 영업적자로 없어졌죠. 그런데 하반기에도 영업 손실 지속될 전망입니다. 내년 상반기에 또 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때 가면 다시 산업은행 같은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 논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해운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구조조정. 이제 겨우 시작인 셈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해운업 구조조정 측면에서 보면 한진해운 사태가 구조조정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 됐는데. 앞으로 예정된 조선업 쪽 구조조정도 걱정이 많이 되네요.
 
▶ 차병준 SBS 선임기자:
 
조선업 구조조정은 사실 더 큰 난제입니다. 조선사들은 해운사보다 부채 규모가 크고 일하는 근로자 수도 많은데다가 협력 업체들에 미치는 산업 연관 효과도 커서 구조조정의 과정이 더 험난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조선업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우조선 해양만 하더라도 올해 선박 수주 62억 달러를 예상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달까지 실제 수주 실적은 10억 달러가 채 안 됩니다. 수주 절벽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부실과 비효율을 제거하고 경쟁력을 차지해야 하는 과제 참 쉽지 않습니다. 해운조선업 뿐 아니라 철강, 화학 다른 취약 업종까지 정부가 구조조정을 미리 예고해 놓은 산업 분야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남은 구조조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이번 한진해운 법정관리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정책 대응 능력 때문인 탓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착잡한 마음이 많이 드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차병준 SBS 선임기자:
 
네.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SBS 차병준 선임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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