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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생후 50일 아기까지 "모델 필요하신 분"…씁쓸한 현실

[리포트+] 생후 50일 아기까지 "모델 필요하신 분"…씁쓸한 현실
후, 나는 정말 바쁩니다.
아침부터 연기 선생님과 표정 연습을 하죠.
너무 슬픈 일이 있어도 웃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선생님이 말해줬어요.

발성 수업도 정말 중요해요.
감정을 잘 전달하려면, 말을 똑바로 해야 하거든요.

예쁜 자세를 위해 발레도 하고, 나만의 장기를 위해 춤도 배웁니다.
엄마가 말하길, 어렸을 때부터 살이 안 찌는 몸을 만들어야 한대요.

아,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학교 가면 이런 거 덜 해도 되나요?
- 5살 아역 배우 준비생의 하루
● “우리 아이 추천해주세요”

아이 모델 전문 에이전시라고 알려진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소속 모델이라고 소개하는 아이들의 프로필 사진이 올라와 있습니다. 소속된 아이가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해 인터넷 페이지를 계속 넘겨보니, 1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갑니다.

한 페이지당 올라와 있는 아이들은 20명으로 155페이지에 다다르자 끝이 납니다. 한 에이전시에 소개된 아이 모델만 3,000명이 넘는 겁니다.

에이전시에 소속되려면, 해당 에이전시의 교육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교육비가 몇백만 원을 웃도는 곳이 있는데도, 부모들은 에이전시를 포기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아이 모델 키우는 엄마]
저희 아이는 세 살이에요. 에이전시에 소속되어있고, 지면 광고 촬영도 한 적 있어요. 요즘은 아이 모델이 너무 많아서 경쟁이 치열해요. 그나마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어야 추천도 받고, 촬영할 수 있어요.

엄마들이 에이전시에 비싼 교육비 내고, 수업 듣는 이유가 있는 거죠. 저희 애도 이제 4살이 되면, 반이 바뀌거든요. 새로운 반 교육비가 200만 원이 넘어요. 금액이 부담스러워 다른 에이전시도 가보고 있는데, 옮기면 촬영 기회가 없을까 걱정이에요.

● 기저귀부터 드라마까지

엄마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는 아이를 홍보하는 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생후 50일 밖에 되지 않은 아기부터 6~7세의 아이까지 모델이나 배우를 지망한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엄마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는 아이를 홍보하는 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생후 50일 밖에 되지 않은 아기부터 6~7세의 아이까지 모델이나 배우를 지망한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 개인 정보가 모두 공개되는데도, 기저귀 광고부터 드라마 조연까지 어떤 역할이든 맡을 준비가 됐다며 소개 글을 작성해 연락처와 메일 주소를 남겨둔 부모도 있죠.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아이의 프로필 사진까지 여러 장 공개돼 있습니다.

이런 신상공개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부모의 극성에 아이들이 혹사 당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부모가 아이를 억지로 오디션에 데리고 오거나, 연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죠

연기 학원 측은 학원에 다니는 아이 중에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의 손에 이끌려 수업을 듣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부모의 극성을 엿볼 수 있는 목격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이가 원하는 것과 항상 같을 수 없습니다.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귀 기울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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