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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황금박쥐 안녕한가요? 서식지 조사 늑장

[취재파일] 황금박쥐 안녕한가요? 서식지 조사 늑장
주황색 몸통에 날개 안쪽이 검은색인 황금박쥐는 영화나 만화소재로 다뤄질 만큼 친숙한 동물입니다. 원래 이름은 붉은 박쥐입니다. 야행성 동물로 낮에는 주로 동굴에서 쉬고, 밤에 곤충 등을 잡아먹으며 활동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체수가 줄어 지난 2천5년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지정된데 이어 2012년에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귀한 박쥐입니다. 충북 진천, 전남 함평, 강원도 치악산 등이 서식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폐 광산 지역인 충남 보령 석탄박물관에서 황금박쥐3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전시용 갱도 천장과 벽에서 발견된 2마리는 살았고, 통나무에 매달려 있던 1마리는 안타깝게 죽어 있었습니다. 천연기념물센터는 사체상태로 보아 황금박쥐가 모의 갱도 안에 갇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굶어서 죽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죽은 황금박쥐는 교육, 전시용으로 활용하기위해 천연기념물센터에 보관중입니다. 구조된 황금박쥐 2마리는 근처 동굴 속으로 방사됐습니다.     
황금박쥐가 발견된 석탄박물관은 1995년 국내에서 처음 폐 광산에 문을 열었습니다. 광산밀집지역 이던 성주산 자락 아래에 있습니다. 태백산맥 오대산에서 갈라져 서남부지방으로 뻗어 나온 차령산맥이 끝나는 곳입니다. 성주산 일대는 1950년대부터 80년 때 까지 30여 년간 40여개 광산이 밀집해 석탄을 생산했습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90년대 초 광산은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탄광의 작업환경과 장비, 갱도 등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석탄박물관이 만들어졌습니다.
석탄박물관내 전시용 갱도에서  200여 미터 가량 들어가면 실제 석탄을 캐던 탄광 갱도가 나옵니다. 일반인들은 접근이 통제된 곳입니다. 폭2 미터, 높이2미터 가량 되는 폐 갱도에서는 섭씨12-3도 가량의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바닥에는 물이 흘렀습니다. 이곳에 살던 황금박쥐가 전시용 갱도를 따라 석탄박물관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황금박쥐 3마리가 언제부터 그곳에 머물고 있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석탄박물관 직원이 지난달23일 오후  발견을 해 신고를 한 게 전부입니다. 크기가 5cm가량에 불과한데다 낮 시간에는 날개를 접고 천장이나 벽에 두발로 매달려 있기 때문에 사실상 발견하기가 쉽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주말이면 수 천 명의 관람객이 드나드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게 선뜻 이해가 안 됩니다. 물론 황금박쥐는 사람들을 인식해 꼼짝하지 않고 숨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관람시간이 끝나는 저녁때 박물관은 문이 닫히기 때문에 황금박쥐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갱도에 갇혀 먹을 것을 먹지 못해 결국 1마리가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서식지로 추정되는 폐갱도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나마 산 채로 발견된 황금박쥐 2마리도 좀 더 늦게 발견됐다면 폐사위기에 놓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황금박쥐가 발견된 뒤 6일이 지나 폐갱도로 이어지는 원통형 통로바닥에서 황금박쥐로 추정되는 폐 사체 1마리가 추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죽은 지 오래돼 살이 없을 만큼 바짝 말랐고, 얼굴도 상당부분 훼손돼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황금박쥐인지 관박쥐인지 구별이 쉽지 않다고 했지만 근처에서 황금박쥐3마리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같은 무리중 하나가 아닌 가 추정됩니다.
천연기념물이 발견되고, 더구나 폐 사체 까지 나왔는데도 담당기관인 문화재청의 대응은 느긋하고 무신경한 모습입니다. 신고를 받은 첫날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연락해 구조를 요청한 게 거의 전부였습니다. 황금박쥐가 발견된 뒤 1주일간 현장조사 한번 나오지 않았습니다. 석탄박물관 전시관을 샅샅이 뒤지고, 전시용 갱도에서 폐갱도로 이어지는 구간을 눈 부릅뜨고 조사해서 혹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구조를 기다리는 황금박쥐가 있는지, 아니면 폐사개체가 더 있는지를 봐야 하는 것은 기본 책무입니다. 취재할 당시까지 폐갱도 입구는 보호 장치가 없었습니다. 만약 폐 갱도에 황금박쥐가 살고 있다면 또다시 전시용 갱도를 거쳐 박물관으로 들어오는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상태입니다.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최소한 갱도 입구를 그물 로 막아 놓아야합니다.
문화재청은 내년 초에나 황금박쥐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산을 마련해야하고, 서식지 조사를 할 용역기관도 찾아야한다는 이유입니다. 그때까지 황금박쥐의 서식지는 보호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천연기념물은 두 말 할 이유 없이 보호가치가 높은 소중한 동식물입니다. 지정해 놓는 것보다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멸종되면 복원이 어렵습니다. 내년까지 황금박쥐가 무사할까요? 황금박쥐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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