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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 고향' 네덜란드 시장, 덕수궁서 수문장으로 변신

'박연 고향' 네덜란드 시장, 덕수궁서 수문장으로 변신
▲ 덕수궁에서 수문장으로 변신한 네덜란드 알크마르시 시장 (사진=연합뉴스)

어제(8일) 서울 덕수궁 앞에서는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색적인 외국인 수문장이 등장했습니다.

주인공은 네덜란드 알크마르시(市) 피에트 브룬오흐(61) 시장이었습니다.

브룬오흐 시장이 머나먼 한국, 그것도 도심 궁궐을 찾은 까닭은 조선 후기 '1호 귀화 외국인' 박연(본명 얀 얀스 벨테브레이)이 이어준 인연 때문입니다.

박연의 고향이 바로 네덜란드 알크마르시입니다.

박연은 네덜란드 무역선 장교 출신으로, 인조 5년인 1627년 제주도에 표류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조선에 눌러앉아 역사상 최초로 우리나라에 귀화한 서양인으로 기록됐습니다.

박연은 무역선 장교 경험 덕인지 화포와 조총 제작에 능했습니다.

이 때문에 병자호란에도 참전했고, 이후 무과에 급제해 훈련도감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는 아예 조선 여자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고, 조선 땅에서 한평생 살다 눈을 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역시 때로는 고향 네덜란드를 그리워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박연은 또 다른 네덜란드 출신으로 '하멜 표류기'로 유명한 하멜 일행을 만나자 소매가 젖을 때까지 눈물을 쏟아내며 향수에 젖었다고 합니다.

조선 땅에 자리 잡은 유럽인인 점도 눈길을 끄는데, 게다가 정식으로 시험을 쳐 무인의 길을 밟았다는 점은 후일 여러 문화 콘텐츠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이 때문에 소설이나 뮤지컬 등 대중문화에서도 여러 차례 그를 조명했고, 2009년 드라마 '탐나는 도다'에서는 로버트 할리가 박연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찾으면 동상으로 재현된 박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작가 엘리 발투스가 만든 1.38m 크기의 박연 동상은 그가 태풍을 만나 표류하던 중 조선에 온 점을 기려 항해자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전통 갓과 훈련도감 제복을 갖춰 입어 무관임을 짐작케 합니다.

이 동상은 네덜란드 알크마르시가 1991년 기증했습니다.

박연 동상은 고향인 알크마르시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두 나라 간 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알크마르시가 주도해 네덜란드 중앙·지방정부와 동포가 자금을 모아 설치했습니다.

브룬오흐 시장은 "지난해 박연의 고향 도시로 알려진 드레이프 시와 알크마르 시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앞으로 박연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서울시와 협력해 양국 간 우호와 협력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의승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9일 "약 4세기 전 시작된 양국 간 우호관계를 앞으로 더욱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겠다"며 "두 도시 간 문화 관광교류가 활성화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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