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탈세·배임 등 혐의를 받는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57)씨에 대한 여권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 관계자는 8일 "(일본에 체류하는) 서미경씨에 대한 강제입국 절차에 착수했다"며 "1차적으로 법무부·외교부 등과 협의해 여권 무효 조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여권이 취소된 뒤에도 일본에 계속 머물면 불법 체류 신분이 된다.
사실상 강제입국을 위한 사전 조치다.
검찰은 지난 주말 전후로 서씨에게 '최후통첩'을 했으나 서씨는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증여받고서 거액의 증여세를 탈루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이번 조치는 롯데그룹 비리에 연루된 총수 일가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가(家) 사람들이 과거부터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연고가 있는 일본으로 나가 안들어오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 과거 대선자금 수사 때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며 "이번에는 그렇게 호락호락 넘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소한 대한민국 기업으로 영업하려면 오너가 법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준법의식이 결여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서씨가 계속 입국을 거부하면 법원에서 체포 또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일본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은 일본 관련 법상 공소시효가 짧아 처벌이 어려운 부분이 있고 배임은 일본 사법당국이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막내딸인 유미(33)씨에 대해서도 신병 처리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유미씨에게 한국에 들어와 조사받으라고 종용하고 있으나 특별한 반응이 없는 상태다.
어머니인 서씨와 함께 일본에 체류 중인 유미씨는 일본 국적으로 강제소환 대상은 아니다.
그는 롯데 계열사에 임원이나 주주로 이름만 올려놓고 100억원대 급여를 챙긴 의혹이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소공동 호텔롯데 34층 회의실에서 신 총괄회장에 대한 방문조사를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은 수천억원대 증여세 탈루와 배임 혐의 등을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