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원샷법 1호 기업' 3곳이 동시에 탄생함에 따라 공급과잉 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원샷법이라고 불리는 기업활력법은 부실한 기업이 아니라 정상 기업의 자율적 사업재편을 돕는 법으로 공급과잉 업종이 타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활력법의 각종 특례는 공급과잉 분야 업종의 기업만 얻을 수 있다.
원샷법 1호 기업인 한화케미칼, 유니드(이상 가성소다), 동양물산기업(농기계)이 이번에 신청한 사업재편도 모두 공급과잉 업종에 해당한다.
흔히 양잿물로 불리는 가성소다는 비누의 원료나 정수 처리에 사용되는 수산화나트륨이다.
가성소다의 국내 수요는 134만t인데 비해 생산능력은 204만t으로 자급률이 152%나 된다.
잉여량 70만t을 수출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글로벌 상황도 녹록치 않다.
중국이 관련 공장을 증설하고 미국과 중동도 생산을 늘린 탓에 공급과잉이 심각하다.
와중에 중국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수요는 둔화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울산 가성소다의 공장 설비와 부지를 유니드에 매각해 가성소다 생산량을 20t 줄이게 됐다.
유니드는 이 설비를 가성소다 생산에 쓰는 게 아니라 가성칼륨 공장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한화케미칼은 7천500억원, 유니드는 2천200억원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농기계 분야도 포화상태다.
농가인구가 감소하고 농업기계화율이 정체되면서 내수기반이 약해져서다.
반면 시장을 주도하는 5개사의 생산능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생산 품목과 제품 성능마저 비슷해 경쟁이 치열하다.
국제종합기계를 인수하는 동종업계 동양물산기업은 생산 최적화를 통해 양사의 내수 생산을 15%가량 축소할 방침이다.
잉여 생산설비는 수출용으로 돌릴 방침이다.
석유화학과 농기계 외에 향후 기업활용법이 활용될 공급과잉 업종으로는 철강, 조선, 건설업 등이 꼽힌다.
지난달 연합뉴스가 복수의 주요 연구기관에 의뢰해 300여 개 업종(HS 4단위 기준)을 대상으로 과잉공급 예상업종을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철강, 조선, 석유화학을 비롯해 액정표시장치(LCD), 가전, 조명·케이블, 건설기계, 공작기계, 자동차 엔진, 섬유, 건축 분야 등이 과잉공급 업종으로 분류됐다.
서비스업종 중에서는 증권, 보험, 유선위성방송, 공연, 골프, 스키, 해운, 항공, 설계 엔지니어링 등이 포함됐다.
300여 개 업종 가운데 30%가량이 공급과잉 업종에 해당했다.
원샷법이 벤치마킹한 일본 산업경쟁력법의 적용 상황을 살펴보면 1999년 이후 올해까지 사업재편 승인 건수 690건 가운데 316건(45.8%)이 제조업 분야였다.
제조업 중에서는 철강이 63건(19.9%)으로 가장 많았고 전자·전기(49건 15.5%), 기계(42건 13.3%), 석유화학(39건 12.3%), 식료품(39건 12.3%) 등이 뒤를 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타 제조업종은 물론 서비스업으로도 기업활력법 활용이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기업활력법 정보 제공, 상담, 설명회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지금까지 총 4개 기업이 승인 신청을 했고 1~2주 내로 서너개 기업이 더 접수할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10곳 이상에 대해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도 실장은 "철강, 조선 등 다른 공급과잉 업종의 기업들도 기업활력법에 관심이 많고 신청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시장을 왜곡하고 통상 마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부는 시장 자율로 진행되는 사업재편 과정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