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북한 미사일의 종류를 분석하는 요소는 바로 사거리와 궤도, 각도 등입니다. 북한이 사진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가장 큰 근거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이 다음날인 6일 오전 노동신문에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속 미사일의 탄두는 뾰족한 원뿔 모양이었습니다. 원뿔모양의 탄두는 기존 북한 스커드 미사일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유는 미사일의 길이에 있습니다. 스커드 계열은 길이가 11미터 정도이고 노동미사일은 16미터 정도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길이가 길어질 수록 이동식발사차량의 길이도 당연히 길어지는 것이죠.
특히 사거리를 보더라도 스커드 ER은 700~1,000km를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1,000km를 날아갔으니까 사거리 측면에서도 그렇게 보기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군당국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이 사진을 공개한 뒤에도 군당국은 노동미사일이라는 기존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젖병 모양의 노동미사일의 전신인 과거 노동미사일의 모양도 원뿔 모양이었으며 이동식 발사차량의 바퀴 수를 가지고 미사일 종류를 추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6일 국방부 브리핑 내용입니다.
기자: 스커드 계열로 보인다는 주장이 있다. 군당국의 판단은?
군: 여러가지 정황과 데이터를 고려해서 알려드렸습니다. 한미가 공유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기자: 한미가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는?
군: 어제 발표해 드린 내용이 정확한 내용이라는 뜻입니다.
기자: 스커드가 아니라 노동미사일이다?
군: 네,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은 북한 조선중앙TV가 다양한 각도의 미사일 발사 동영상을 하루만에 공개하면서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동영상은 이동식발사차량을 세우는 과정부터 미사일 3발이 발사되는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근접 촬영한 것이었습니다. 미사일 모양은 더 확실해졌고 발사차량 바퀴수도 확실하게 확인됐습니다.
군 관계자는 동영상을 확인한 뒤 "노동미사일이라고 단언할 수 없게 됐다. 스커드인지 노동인지 추가 분석이 필요하겠다"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물론 자세한 영상을 확인해 보니 사진으로 보이지 않았던 뭔가가 새로 드러났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군 당국이 지난 7월 19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을 때에도 노동 2발, 스커드 1발인지 스커드 2발, 노동 1발인지 초기에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적이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5일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신속하게 발사 영상을 다양한 각도로 편집해 공개했습니다. 특히, 이동식발사차량을 도로에 세우는 과정부터 이례적으로 미사일 발사 전과정을 상세하게 공개했습니다. 발사 직후 우리 군당국이 노동미사일로 분석하자 엉뚱한 분석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었는지.
그게 아니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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