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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강우석 감독 - 최초 천만 영화 감독의 첫 사극 도전

<앵커>

영화 '실미도'로 한국 영화의 1천만 시대를 처음으로 개척한 감독이죠. 4년 만에 스무번째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로 돌아온 강우석 감독, 초대석에 모셨습니다.

감독님, 어서 오십시오. 어느덧 스무번째 작품입니다. 그런데 의외라는 반응들이 있어요, 왜 사극인가. 그동안 사극은 왕의 남자라던가, 신기전 같이 제작에는 참여하셨지만 직접 메가폰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 강우석/감독 : 특별한 계기라기 보다 저는 영화를 만들 때마다 소재를 선택하거나 어떤 영화를 결정할 때 그래도 그 시대가 보이고, 지금 사회의 어떤 현상을 다루는 이런 이야기들을 굉장히 하고 싶어했고, 해 왔다고 생각을 하는데. 현대물은 한계가 있어요. 어떤 한계냐면 조금만 강조를 하면 '관객을 가르치려 드느냐', 오히려 '관객에게 불친절하다'라고 하지만 사극은 적당히 외쳐도 이야기는 전달되면서 편안하게 보신단 말이죠.]

시대 배경은 어차피 과거이니까.

[ 강우석/감독 : 그렇죠. 그래서 '사극을 언제 한 번 해보겠다'라는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영화의 원작이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인데요. 영화화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으셨다고 이야기 하셨던데요.

[ 강우석/감독 : 처음에 읽고서는 굉장히 당황했어요.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지, 이야기가 너무 방대하고 문학적으로 심오해서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찍을 수 없다' 하고 덮었는데, 하루 이틀, 삼일 계속 생각나는 거예요. 그러다 '왜 자꾸 내가 이 책에 매몰돼 있지' 그래서 다시 읽었습니다. 다시 읽으니까 제가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김정호 선생은 지도를 만들고 그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걸 목판으로 만들어서, 종이 지도를 대량으로 찍어내 백성들에게 배포하려고 했던 거죠. 그리고 책 속에 그 지도를 독점하려고 했던 당시 권력층, 통치자들과 분명한 충돌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거면 도전해볼 만하다 싶었습니다.]

그런 감동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동여지도 목판을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셨다던 배경과 연결이 되는 건가요?

[ 강우석/감독 : 제가 영화를 찍다가 거의 마무리 할 무렵에 도대체 어떤 목판 지도가 있길래 이렇게 이 분을 그리는 데 힘이 드는가 해서 국가의 허락을 받고 중앙박물관에서 목판을 봤는데, 거의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이게 사람이 새긴 목판이냐, 저희 미술감독이나 촬영감독이나 다들 깜짝 놀라서 그날 실사로 찍으면서 먹먹했던 기억이 나요.]

그 정도로 감동이 대단하셨군요. 오늘 드디어 영화가 개봉을 하는데 이 영화의 영상미가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자연경관이 CG가 가미되지 않은 실사라면서요?

[ 강우석/감독 : 김정호 선생의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찍으면서 이걸 CG로 그림을 보여준다는 건 제가 생각할 때는 말이 안 된다 해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전국 방방곳곳을 다 뒤져서라도 가장 한국적인 곳, 그리고 관객들이 정말 가고 싶어하는 곳을 영상에 담아내자. 이건 원작자인 박범신 선생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습니다. 글로 못 옮긴 한을 좀 풀어달라 해서 많은 곳들을 실사로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였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셨군요, 그중에 가장 최고의 명장면을 꼽는다면요?

[ 강우석/감독 : 단연 백두산이죠. 다행히 운이 좋아서 날씨가 쨍할 때 천지에 올라갔는데, 그때 저랑 배우 차승원 씨는 무얼 찍는지 모를 정도로 먹먹해서. 어쨋든 운 좋게 다 담아냈습니다.]

지금까지 첫 영화 데뷔하신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려서 20편의 상업영화를 완성하셨습니다. 그 영화 가운데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인생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을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 강우석/감독 : '투캅스'죠. 좀 오래된 영화인데, 물론 '공공의 적' 1편도 좋지만 '투캅스'의 흥행 이후로 제가 수많은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고, 후배 감독들도 길러낼 수 있었고 굉장히 많은 영화들을 찍을 수 있었던 데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 전에 조연출도 많이 하셔서 30년 넘게 영화를 해오셨는데, 한국영화가 많이 성장은 했다지만 아직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면 바라는 만큼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같아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점이 보충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강우석/감독 : 지금 한국영화는 전부 돈을 벌어야 되고, 손해 보면 안되니까 독특한 영화 보다는 관객들에게 잠깐이라도 설득력 있게 다가가서 관객 동원이 될 수 있는 영화 위주로만 기획되다 보니까 해외 영화제에서도 점점 수상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고. 왜 본선에 못 나가냐는 것은 그런 영화들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거죠. 돈벌이와 상관 없이 좋은 영화들을, 가장 한국적인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줘야 하는데 돈벌이용으로만 기획되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영화인 강우석, 다음 도전은 뭐가 될까요? 

[ 강우석/감독 : 저는 에로영화 빼고는 다 해봤기 때문에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원래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휴먼코미디, 사회성 짙은 코미디 쪽으로 돌아가고 싶은 게 제 다음 도전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많은 즐거움과 한국 영화 발전에 많은 기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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