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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팀플' 두려운 유학생들…학교 적응 못 해 속앓이

[리포트+] '팀플' 두려운 유학생들…학교 적응 못 해 속앓이
(수업 중 제일 힘든 점은?) “팀플(팀 과제)이 제일 무서웠어요.”
(왜요?) “한국 대학 오자마자 팀플했어요. 첫 학기 첫 팀플 때 진짜 멍했어요. 한국 대학생들 말이 너무 빨라요. 그리고 이해도 잘 못하고 그냥 가만있어야 해요.”
중국인 유학생 A 씨는 한국 대학 생활을 꿈꿔왔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설레고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자 중국에 있는 본토 친구들이 자신을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한국 대학에 온 자신은 수업을 잘 못 따라가는 열등생이었고, 팀 과제를 할 때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습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도 한국말이 어눌한데다 실수를 할까 봐 가만있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가오는 한국인 친구가 없었고,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중국인들끼리 어울리느냐고요? 중국어로 말하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죠. 한국어로 말하면 표현하고 싶은 의미가 좀 모자라요.”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9만 명을 돌파하더니 올해 10만 4천 명을 기록했습니다. 4년제 대학 학생 수는 2년 연속 줄고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 수는 3년 연속 늘었습니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을 더 유치해 학령인구 감소를 해결하겠다며, 오는 2023년까지 20만 명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늘어나는 외국인 유학생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 외국인 vs 한국인 “서로 불편”

지난 6월 연세대 언어연구교육원이 외국인 유학생 400명에게 한국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설문조사했습니다.

언어 문제(33.7%)가 제일 컸습니다. 이어 경제적 문제(12%)와 음식 문제(10.4%), 주거 문제(9.1%), 문화 차이(8.5%) 등도 거론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어 소통이 힘들다 보니 그에 따른 여러 어려움에 부닥칩니다.

수업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들을 수 없어서 수강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건 예사입니다. 한국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팀 과제는 제일 피하고 싶은 순간입니다.

어려움은 학교 밖까지 이어집니다. 아르바이트할 때 고용주가 근로계약서를 안 써주는 일도 많고, 심지어 최저임금조차 못 받을 때도 있습니다. 설문에 응답한 외국인 유학생 중 26.1%가 편견이나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부쩍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한국 학생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본적인 언어 소통조차 안 되는 외국인 유학생들과 팀 과제를 하다가 성적이 떨어지면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 C대 재학 중인 한국 학생 ]
“중국인 유학생들이 많아 무조건 팀 과제를 같이 해야 해요. 그런데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니까 대부분 한국 학생들끼리 하게 되죠. 이제는 수강 신청할 때 외국인 유학생이 있는 수업은 피하려고 해요.”

● 외국인 유학생 교육, 질적 성장하려면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대학 입학 조건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학별로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의 △중도이탈률 △불법체류율 △국적의 다양성 △언어능력 등을 평가해 우수한 대학에 인증을 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입학한 외국인 학생의 30%만 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 점수를 유지하면 정부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나머지 70%는 한국어를 잘 못해도 입학할 수가 있습니다.

재정이 어려운 지방 대학일수록 인증 기준을 더 완화해달라며 아우성입니다. 그러나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학 재정이 도움될 순 있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부적응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대학알리미 공시를 보면 외국인 유학생 5만 8,864명 가운데 1,985명이 중도 탈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 탈락률이 10%가 넘는 대학은 전국적으로 20곳에 달했습니다.

몇몇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의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강 신청이나 학사 관리를 돕는 한국 학생들을 지정해주거나 자취방 구하기 등 생활 편의를 돕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 교육의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유현경 / 연세대 언어연구교육원장 ]
“문제점 위주의 대책 마련이 아닌,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거시적이고 장기적 차원의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 양적인 성장보다는 어떻게 질적 성장을 할지 고민할 때입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다혜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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