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도대체 프랑스 요리를 어떻게 집에서 만든다는 거야? 프랑스 가정식 요리라는 게 어떤 거야?’라면서 가볍게 책장을 넘기다 보니 빨려 들어버렸다. 이건 요리책이 아니다!
저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셰 파니스>출신의 일류 요리사 데이비드 리보비츠. 그는 머리말에서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파리에서 좁은 원룸형 스튜디오에 자신의 부엌을 직접 만드는 과정부터 소개했다. 파리의 환상에 빠져 에펠탑이 보이는 근사한 다락방(과거에는 주로 하녀들이 사용했던 방이다!)을 사진만 보고 구해 놓고는 부엌을 만드느라 고생했던 이야기가 눈앞에 보이듯이 펼쳐진다.
만든 음식을 그릇에 옮기고 나서는 빈 그릇 둘 데가 없어 지붕(다락방은 창문만 열면 지붕에 닿으니까)위에 올려놓거나, 허공에 받쳐 들고 어정쩡하게 서 있기도 했다는 거다. 제대로 된 개수대를 구하기 위해 온갖 인터넷 사이트를 다 뒤져 찾아내 프랑스 북부까지 차를 몰아 가서 개수대를 실어왔다.
이렇게 완성된 조그만 부엌에서 프랑스 가정식 요리 레시피 100여 개가 탄생했다! 이걸 보면 크고 훌륭한 부엌이 아니라도 좋은 요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 이야기는 결코 아니지만.
요리사로서 전문 분야에 대한 통찰력도 보여준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패스트푸드가 전통 요리를 앞지르고, 간단히 데워먹는 냉동식품 체인이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유명한 레스토랑 뒤편 쓰레기통에서 패키지로 포장된 메인 요리들이 발견되고, 아르헨티나에서 온 마늘, 모로코에서 들어온 딸기를 프랑스 로컬푸드라고 우기는 장사꾼들을 지적하며 한탄한다.
20년이 넘게 인기 요리 블로거로 자리잡게 한 그의 글솜씨는 책을 읽는 동안 계속 키득키득 웃게 만든다.
-(올리브씨를 빼는 과정을 설명할 때)
“올리브씨가 ‘아주 멀리까지’ 자신의 ‘자유’를 선포하니 꼭 어두운 색 셔츠나 앞치마를 입어야 한다.”
-(양파수프를 먹는 과정을 설명할 때)
“움푹 팬 구덩이마다 펄펄 끓는 국물이 고인 빵 조각을 떠먹느라 쩔쩔매거나, 그 위에 용암처럼 덮인 치즈를 베어 물고 입에서 숟가락을 뺄 때마다 치즈가 침 줄기처럼 늘어지는 광경은 공공장소에서 어울리지 않으니까 나는 이것을 집에서 즐긴다.”
실용주의의 나라 미국인들이 모든 것을 슈퍼마켓에서 해결하는 것과 달리 전통적으로 먹거리 쇼핑은 노천 시장에서 하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습관. 자신도 그런 ‘노천 시장파’이지만 단골 상인과 안면을 트면 수다스러운 프랑스인들은 곧 잡담이 길어져 장 보는 속도가 너무 느려진다는 게 단점이란다.
요리책인 만큼 목차는 전체와 전식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로 나눠지고, 식재료, 조리 도구, 그리고 자신의 식료품 저장실에 항상 구비돼 있는 식재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재료들을 살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요리를 눈으로 보고 머리로 떠올리며 안 먹어도 먹은듯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부엌에 두기보다는 거실에 두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프랑스 여행하는 느낌을 가지며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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