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곳곳을 밤중에 돌아보는 별빛야행이 어젯밤(1일) 처음 선보였습니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하루 3천여 명이 몰리는 야간 특별관람과 달리 회당 정원이 60명에 불과하고, 야간 특별관람 기간에는 공개되지 않는 교태전 북쪽 권역도 갈 수 있습니다.
별빛야행은 지난해 복원된 외소주방에서의 저녁 식사로 시작됐습니다.
메뉴는 유기그릇에 밥과 국, 탕평채와 너비아니 등 12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담긴 '도슭수라상'입니다.
도슭은 도시락의 옛말로, 왕과 왕비만 즐긴 12첩 반상을 현대적으로 차린 음식이 제공됐습니다.
외소주방에서는 풍취와 입맛을 돋우는 국악 공연도 열렸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청사초롱을 들고 땅거미가 내려앉은 궁내를 한 바퀴 도는 산책에 나섰습니다.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과 교태전 뒤편에 있는 아미산 굴뚝을 거쳐 자경전으로 향했습니다.
자경전은 흥선대원군이 고종을 양자로 삼아 왕위에 오르게 한 신정왕후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지은 건물입니다.
보물로 지정된 꽃담과 십장생 굴뚝에만 조명이 설치돼 있어서 이들 문화재가 더욱 도드라지게 보였습니다.
자경전부터는 평소 야간 특별관람이 이뤄지지 않는 구역이어서 길이 더욱 어두웠습니다.
청사초롱이 비추는 불빛에 의지해 총총걸음을 걸어야 했습니다.
복원 공사가 한창인 흥복전 북쪽의 함화당과 집경당은 내부까지 관람이 허용됐습니다.
신발을 벗고 전각에 오른 사람들은 화려한 단청이 칠해진 천장과 창 너머에 펼쳐진 경치에 탄성을 터뜨렸습니다.
함화당과 맞닿은 향원정은 경회루와 함께 경복궁에서 가장 풍경이 수려한 곳이지만, 정자에만 불이 들어와 있어서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어 경복궁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집옥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고종의 서재였던 집옥재는 지난 4월부터 '작은 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밤에 내부까지 개방된 것은 역시 처음입니다.
집옥재 처마 아래에서는 남산에 솟아 있는 N서울타워까지 시야에 들어옵니다.
별빛야행은 경회루에 들른 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에서 마무리됐습니다.
별빛야행 참가자를 인솔한 문화해설사는 "경복궁의 모습은 밤과 낮이 다르다"면서 "야간 특별관람 때는 사진 찍기도 힘들 만큼 사람이 많지만, 별빛야행에서는 여유롭게 궁을 살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오는 17일까지 하루 두 차례씩 진행되며, 관람권은 이미 매진된 상태입니다.
문화재청은 참가자의 반응이 좋으면 내년부터 확대 실시하고, 경복궁 별빛야행을 '창덕궁 달빛기행'과 함께 대표적인 야간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으로 육성할 방침입니다.
김대현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은 "경복궁 별빛야행은 창덕궁 달빛기행과 달리 건물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층 더 발전한 프로그램"이라고 자평한 뒤 "별빛야행에 참가하면 경복궁 건물의 주인이 된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청사초롱 들고 총총걸음으로'…가을 밤 경복궁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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