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후폭풍이 미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한진해운 선적 화물을 내륙으로 수송하는 미국 철도·트럭 회사가 운반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적 물건을 하역하는 항만 터미널과 하역 업체도 한진해운 화물을 거부하긴 마찬가지다.
한진해운은 통상 물건 하역·운송 한 달 후 해당 업체에 대금을 지불해왔지만,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전해진 뒤 파산으로 돈을 떼일까 우려한 터미널과 업체들이 대금을 당장 지급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겠다고 뒷짐을 진 것이다.
이 와중에 한진해운 미국 법인이 미국 연방법원에도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이에 따른 물류대란과 줄소송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오렌지카운티에서 해상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진정 변호사(J.J.Kim & Associates)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001년 조양상선 폐업 때와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면서 "그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태가 악화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화물을 둘러싼 줄소송이 벌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진해운 소속 선박은 이날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항만 터미널에서 접안을 거절당했다.
같은 주 롱비치 항만 터미널엔 우여곡절 끝에 배를 댔지만 싣고 온 화물을 내리지 못했다.
롱비치 항구에 배를 대지 못하고 공해 상을 떠도는 한진해운 선박은 3∼4척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쪽으로 약 40㎞ 떨어진 롱비치 항구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물동량을 처리한다.
22개의 터미널이 있고, 규모로는 4번째 안에 드는 한진 터미널은 한진해운뿐만 아니라 다른 선적도 취급한다.
한진해운 선박의 경우 한진 전용 터미널에 접안할 수 있지만, 법정관리 신청 후 다른 터미널엔 돈을 내지 못하면 배조차 못 대는 실정이다.
김 변호사는 물건을 받지 못하는 화주(貨主)와 운송비를 받지 못한 트럭 회사들이 손해를 최소화하고자 화물억류·화물소유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롱비치 터미널이 이미 내린 물건의 하역비를 받지 못한 대가로 한진해운 마크가 박힌 빈 컨테이너를 억류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김 변호사는 "이미 한진해운에 화물 선적비 등을 포함한 운송비를 미리 낸 화주들은 물건이 항구에 묶인 탓에 직접 항만 터미널에 와서 돈을 지불하고 자기 물건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면 화주들은 돈을 이중으로 낸 셈이 된다"고 했다.
아울러 그간 운송비를 못 받은 트럭 회사들이 한진해운에서 돈을 받아내고자 화물을 억류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자신의 물건이 실린 컨테이너가 소송에 휘말리면 화주들은 또 예상하지 못한 비용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진해운에 선적 컨테이너를 빌려준 회사까지 가세하면 소송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다.
빈 컨테이너의 운반·하역비를 누구도 감당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항만 터미널이 이미 하역한 한진해운 물건을 다음 주중으로 일부 화주들에게 풀 것으로 보인다"면서 "터미널이 이를 계속 억류하면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운반된 물건을 당장 수급하지 못하면 공장 문을 닫을 정도의 급한 사정이라면 당장 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조양상선 폐업에서 파산 과정을 볼 때 이번 소송이 완전히 끝나려면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