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에 세계무역 혼란…비용 뛰고 배 못 구해 발동동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신세가 되자 후폭풍이 대양을 건너 미국 등지까지 강타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수출입 업체들이 태평양을 오가는 화물을 다른 해운사의 컨테이너선에 실어나르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보도했습니다.

화주와 트럭운송업자들은 비용이 치솟고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TGS 트랜스포테이션의 피터 슈나이더 부사장은 "비용이 터무니없이 올라갈 것"이라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진이라는 바구니 하나에 달걀을 몽땅 담은" 소규모 회사들은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수건 등을 수입하는 니나 루는 한진의 자금 문제가 부각된 이후 다른 해운사들이 운임 할증을 발표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격이 꽤 나쁘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수송 능력에 대해 더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운송업자는 소매업체나 제조업체 등의 고객들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자금 상황 악화 때문에 이들이 아닌 다른 해운사를 통해 상품을 운송하기를 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법정관리 신청 직후부터 한진해운 선박이 세계 각지에서 입항을 거부당하거나 억류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진해운 선박 3척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의 항구에 기항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포기했습니다.

이들 선박은 당분간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됐습니다.

선박이 채권자에 의해 압류될 가능성 때문에 입항이 좌절된 것이라고 WSJ는 전했습니다.

롱비치와 시애틀 등의 컨테이너 터미널들은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외국으로 나가려던 컨테이너를 도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와 샤먼, 스페인 발렌시아 등을 포함한 항구들은 한진해운이 사용료를 내지 못할 것을 우려해 선박 입항을 막았습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컨테이너선인 한진로마호는 싱가포르에서 채권자의 요청으로 지난달 30일 억류됐습니다.

1만4천 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의 대형 컨테이너선인 한진수호호는 상하이항 입항이 저지됐습니다.

이는 채권자들이 항만에 이 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거나 압류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한 선박 중개업자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서 같은 조치를 하는 항구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면서 "입항을 거부하면 배가 항구에 억류돼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