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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황제' 꿈꾼 독재자 무솔리니…오벨리스크에 타임캡슐 묻어

먼미래 독자 겨냥한 찬양문…'20세기 아우구스투스·구원자'로 묘사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거대한 오벨리스크 아래에 묻힌 라틴어 문건의 내용이 고증을 통해 파악됐다.

3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는 1932년 '무솔리니 두스'(지도자 무솔리니)라는 오벨리스크를 세운 뒤 그 밑에 라틴어 글을 담은 양피지와 금화를 묻었다.

로마의 스포츠 복합단지인 '포로 이탈리아'의 일부인 이 오벨리크는 높이 36m, 무게 300t에 달하는 명물이다.

그간 역사학자들은 오벨리스크 아래에 문건을 담은 상자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건축물을 훼손할 수 없어 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독일 훔볼트 대학의 한스 라머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베티나 레이츠-주세 교수가 로마의 파시스트 기록들을 분석해 내용을 재구성해냈다.

이들 학자는 문건이 이탈리아의 파시즘 탄생, 무솔리니의 집권을 담은 연대기를 담은 일종의 타임캡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에 따르면 양피지에 고대 로마 언어로 새겨진 1천200단어 글에는 제1차 세계대전 여파에 맞선 이탈리아와 그 뒤에 구원자로 나선 무솔리니가 등장한다.

라머스 교수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무솔리니가 이탈리아를 초인적인 직관과 의지를 통해 구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무솔리니는 일종의 새로운 로마 황제로 묘사되는데 동시에 성경과 같은 언어로 이탈리아 국민의 구세주로 그려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양피지 글과 함께 매장된 메달에는 무솔리니가 머리에 사자 가죽 탈을 쓰고 있는 모습이 새겨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양피지의 글이 고대 로마의 언어인 라틴어로 작성됐으나 실제로 겨냥한 독자는 먼 미래의 후손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를 책으로 펴낸 출판사 블룸버리는 파시스트들이 무솔리니의 통치가 끝나고 수세기가 지난 뒤 고고학자들이 문건을 발견하기를 마음에 그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독재집단이 집권 당시에 고대 로마 영토에서 이뤄지던 고고학적 발견에 영감을 받아 오벨리스크 밑에 찬양문을 묻었다고 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무솔리니가 자신을 고대 로마의 초대황제인 아우구스투스로 그리기 위해 안달이 났다고 보도했다.

오벨리스크 밑에 묻힌 라틴어 문건은 이탈리아의 고전학자 아우레리오 쥬세페가 쓴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리 출판사는 "파시스트 라틴어 문건에 대한 첫 구체적 연구로 이탈리아 파시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라틴어를 재조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솔리는 급진좌파 언론인으로서 출발해 나중에 극우로 돌변한 뒤 1922년에 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고대 로마 영광의 재현, 지중해, 아프리카에 이르는 새로운 대제국의 건설을 마음에 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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