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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꽃' 마라톤에서 드러난 에티오피아의 민낯

'올림픽의 꽃' 마라톤에서 드러난 에티오피아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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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리우 올림픽의 마지막 경기인 남자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따낸 페이사 릴레사(에티오피아·26)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보인 ‘세리머니’가 화제입니다.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X 표시를 한 이 세리머니는 시상식장과 기자회견장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이는 에티오피아 내 최대 민족인 오로모족을 탄압한 에티오피아 정부를 비판하는 일종의 시위였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지난 10년간 급격한 산업화를 이루어냈지만 그 이면에는 민족 간 끝없는 갈등이 있었습니다. 오로모족은 에티오피아 전체 인구의 25%를 이루는 최대 민족입니다.

하지만 인구 6%에 불과한 티그라이족이 군사, 정치, 경제를 장악했고, 모든 정책과 결정에 있어 오로모족은 소외돼왔습니다. 민족 갈등이 계속되던 가운데 지난 11월 정부는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시의 확장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강제 이주의 위기에 놓인 오로모족은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반발했고, 정부는 폭력 진압으로 응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숨졌습니다.

릴레사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에티오피아 정부가 제 민족을 죽이고 있습니다. 저는 반 정부 시위에 동참합니다. 오로모족의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두 손을 들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저는 정말 제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이지 않으면 감옥에 갈 거예요”라며, 이 행동으로 인해 본인의 신변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릴레사의 아내와 두 아이는 에티오피아에 남아 있으며, 일가친척들은 시위 관련 혐의로 교도소에 있습니다. 그는 “저는 다른 비자가 없어요. 여기(브라질)에 있거나, 비자를 얻는다면 미국으로 갈 겁니다”라며 망명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그의 소식이 퍼지자 인터넷에는 안전한 망명을 돕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개설돼 4만 달러(한화 4500만 원)이상이 모금되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한 선수들의 메달을 박탈한 전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동이 릴레사의 메달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

모든 올림픽 경기에는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는 올림픽 정신이 깃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마라톤 경기에서 드러난 에티오피아의 실상은 이와 정 반대였습니다. 전 세계가 보는 무대에서 본인의 기록에 기뻐하기보다 자국의 상황을 알리려고 한 마라톤 선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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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머그] "조국이 날 죽일지도 모른다"…에티오피아 마라토너 목숨 건 'X자' 세레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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