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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폐사 완도 전복 양식장 "팔 상품이 하나도 없다"

완도 금일읍 전복양식장 초토화…원인 알수 없고 보험 보상 난망

집단폐사 완도 전복 양식장 "팔 상품이 하나도 없다"
"여기 있는 전복 중 시장에 내놓고 팔 수 있는 전복은 한 마리도 없습니다."

전남 완도군 금일읍 화전리 해상에서 전복양식업을 하는 어민 김성춘(46)씨는 23일 어장관리선 크레인으로 들어올린 가두리를 바라보며 연거푸 한숨만 내쉬었다.

김씨는 4년 전 태풍 볼라벤으로 쑥대밭이 됐던 어장을 하루하루 재건하며 올해 추석 대목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가두리 칸칸이 빼곡히 차 있어야 할 전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물코 가득 해초만 무성하게 들러붙은 가두리 바닥에는 빈 껍질만 남은 전복이 악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김씨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가두리에 넣어 기른 전복 약 70만 마리 가운데 60만 마리 정도가 이처럼 폐사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살아있는 10% 남짓한 전복도 썩은 것들과 한 가두리 안에 담겨있어 상품 가치가 없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전복 가두리양식장 500칸을 두고 있는 김씨는 7억원 가량의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김씨가 사는 완도 금일읍에서는 모두 450가구가 전복을 양식한다.

어민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한 실지 조사 결과 전복 80∼90%가 폐사했다.

어민들은 전복이 이렇게 한꺼번에 죽어 나가는데 원인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저염수,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바닷물 온도 상승과 적조 출현 등이 전복 집단폐사를 일으켰다는 추정도 나왔다.

완도군 집계로 금일읍 양식어가 450가구 중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에 가입한 어가는 87%인 390여가구다.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전복 집단폐사 원인이 적조와 태풍 등 풍수 피해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규명되면 특약을 맺은 경우에만 보상이 이뤄진다.

어민 서정갑(60)씨는 "우리 지역은 태풍 피해를 주로 입어서 주민들이 보험 약관을 잘 읽지 않고 특약 가입 필요성도 못 느껴왔다"며 "오늘 아침에 차분하게 약관을 살펴봤더니 피해 원인을 어민이 보험사에 증명하게 돼 있더라"고 말했다.

이날 금일읍 전복 집단폐사 현장을 찾은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보험 가입이 안 돼 있더라도 재해대책법에 따른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김 장관 일행을 태운 행정선이 떠난 뒤에도 빈 껍질만 남은 전복 양식장에서 안타까운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시름겨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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