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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추경 무산 위기…정부, 대안 없어 국회 설득 '올인'

"플랜B 현실적으로 어렵다"…올해 성장률, 2%대 초반 추락 우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한파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고, 침체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처리가 어려워졌다.

정치권의 추경안 처리 논의가 점점 꼬여가면서 애초 9월부터 추경 집행을 시작하려던 정부는 발만 구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선업 구조조정 청문회에 여권이 반대하는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야만 추경안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헌정사상 최초로 추경안이 폐기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추경이 신속히 집행되지 못할 경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추경안에 담긴 사업을 내년도 본예산에 옮겨 담는 등 추경 무산을 고려한 이른바 '플랜B'는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 지난해보다 추경 심사 기간 열흘 이상 지연

3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제출한 추경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지난 7월 26일 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다.

'구조조정과 일자리 지원'을 목적으로 시급히 편성돼 조속한 처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야당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해법제시, 서별관회의 청문회 개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특별위원회 설치 등 8가지를 추경 선결 조건으로 내놓으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됐다.

여야는 애초 지난 12일 추경안을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다가 무산됐다.

다시 2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여야가 뜻을 모으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듯했지만, 다시 조선·해운업 부실화 책임 규명을 위한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물 건너갔다.

과거에는 추경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점차 시간이 단축되는 추세였다.

2008년 고유가 극복을 위해 편성한 4조6천억원 규모의 추경은 90일이 지나서야 통과됐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추경 처리에 30일이 걸렸다.

2013년 추경안은 19일만에 처리됐다.

지난해에는 18일만에 통과돼 역대 최단기간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추경의 국회 심사 기간은 2013년이나 지난해보다 한참 지연됐다.

이날 중 여야가 극적으로 추경안 처리에 뜻을 모은다 해도 소위 등 처리절차를 감안하면 이번 주 금요일인 26일 처리가 빠듯하다.

제출부터 꼬박 한달(31일)이 걸리는 셈이데, 이마저도 장담이 힘들다.

여야 3당은 이날 오전까지도 머리를 맞대고 논의 중이지만, 추경안 처리가 합의될지는 미지수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오늘 오전 수석부대표 비공개 회동에서도 분위기가 안 좋았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 그야말로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구조조정 지원 '골든타임' 지난다…경기회복 지체 우려

추경 무산 가능성에 가장 애가 타는 지역은 경남·울산 등 조선업 시설이 밀집된 지역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울산(3.9%)·경남(3.6%)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2%포인트, 1.0%포인트 상승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7월 기준으로 보면 울산 실업률은 2009년 4.5% 이후 최고, 경남 실업률은 1999년 5.3% 이후 최고치다.

조선업계에서만 올해 실업자 5만명이 발생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조선·해운 분야 구조조정의 그늘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올해 추경에 지방교부세(1조8천억원)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1조9천억원) 등 지방재정 보강 재원으로 3조7천억원이 할애됐다는 점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추경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각 지자체는 별도로 추경을 재원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 자금이 지원되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확률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정부 추경이 7월24일인가 통과됐는데 12월에 추경 을 편성한 지자체도 있었다"라며 "늦을수록 지방 경제 활성화에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추경이 무산되면 올해 하반기 경기 전체가 바닥으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

2분기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효과로 내수가 근근이 지탱됐지만 3분기부터는 경기를 살릴만한 마땅한 불쏘시개가 없다.

오히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와 금품수수 및 부정청탁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등 경기하방 요인은 산재한 상황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소비·투자 등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고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저축률만 높아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1분기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3분기에 추경을 100% 집행할 경우 올해 성장률 제고효과는 0.129%포인트,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2만7천개다.

그러나 집행률이 50%로 떨어지면 효과는 각각 0.121%포인트와 2만5천개로 줄어든다.

◇ "플랜B 고려할 시간도 없다"

추경의 국회 통과가 지지부진해지자 정부가 '플랜B'를 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사상 초유의 추경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추경 항목 중 일부를 본예산에 반영하는 식이다.

플랜B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 정치권에서다.

추경 통과 마지노선인 22일 다가오고 있음에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를 소집조차 못 할 정도로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여당 일부에서 긴급 조치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플랜B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오는 30일 국무회의, 다음 달 2일 국회 제출을 목표로 내년 본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400조원 규모의 본 예산이 막판 미세조정 작업 중인 마당에 추경 항목을 끼워 맞추기 위해 본예산 편성 작업까지 재검토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에도 정부가 '플랜B'를 마련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지금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고 추경을 빨리해야 한다"며 "플랜B 운운할 시간도 없는 것이 정말 걱정"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을 전제로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고 있다. 정책질의는 하루만 더 하면 끝나고 소위는 맘만 먹으면 하루 만에 할 수 있다"며 "정치권에서 합의만 하면 된다.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추경이 신속한 집행이 핵심이라며 정치권에 서둘러 해법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추경 심의가 9월로 넘어가면 본예산 심의인지 추경 심의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며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늦춰지면 추경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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