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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인줄 뻔히 알았을텐데…유독가스 정화조 무모한 진입 왜?

사지인줄 뻔히 알았을텐데…유독가스 정화조 무모한 진입 왜?
3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유제품 공장 정화조 질식사고와 관련, 피해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안전장비조차 갖추지 않은 채 '사지(死地)'와 다를 바 없는 정화조에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22일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3시 2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유제품 생산 업체 내 정화조에서 유독가스에 질식돼 근로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근로자 1명은 공장 별관 건물의 인분·폐수 등이 모이는 정화조를 수리하는 작업을 벌였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정화조에 들어갔던 근로자 1명이 유독가스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이를 구하려고 근로자 2명이 잇따라 내부로 진입했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당시 정화조 내부는 성인 발목 높이까지 오물로 차 있었고 심한 악취가 외부까지 진동했던 상황이었습니다.

현장에 구조를 위해 출동했던 청주 서부소방서 119구조대 관계자는 "구조를 마치고 마스크를 벗으니 (유해가스로) 역한 냄새가 많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청주의 낮 더위가 36도를 넘어설 만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상태에서 오물 속 유기물질이 뿜어낸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암모니아가 정화조 내부를 가득 채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근로자 3명 모두 무방비 상태로 정화조에 뛰어들어갔다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참변을 당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업체 측이 근로자들에게 밀폐공간 내 안전보건규칙을 따르도록 제대로 된 교육만 했더라면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려면 사전에 내부 산소나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야만 합니다.

산소농도가 18% 미만인 상태이거나 탄산가스농도 1.5% 미만, 황화수소농도 10ppm 미만, 일산화탄소 30ppm 미만이면 환기장치를 이용해 공간 내부의 공기가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게끔 해야 합니다.

밀폐공간 출입구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지판을 설치해 해당 근로자 이외의 인원 출입을 막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 감시인도 배치해야 하며, 무전기나 공기호흡기나 송기 마스크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작업에 나서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밀폐공간에서 지켜야 할 안전매뉴얼이 철저히 무시된 전형적인 인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강태선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정화조 등 밀폐공간에서 사전 공기측정, 환기 및 적절한 보호구의 지급 등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해진 안전보건규칙을 지키는 것은 사업주의 의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밀폐공간 질식 재해는 그 결과가 매우 치명적인 데 비해 몇 가지 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지키도록만 하면 100%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재"라고 강조했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과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은 업체 측이 평상시 근로자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와 적정한 안전장비를 갖췄는지 등 회사 측의 과실 여부를 집중 조사할 예정입니다.  

(사진=청주 서부소방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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