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먼저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현실화된다면 하반기 최대 악재가 되겠죠?
A. 국내 내수와 수출 모두에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 연예인의 방송출연 제한, 지역축제 불참, 검역 강화, 이렇게 아직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을 활용하고 있지만 보복의 수위가 조금씩 올라가고 또 구체화되고 있어서 우려가 커집니다.
먼저 한국인을 상대로 상용 비자발급을 대행한 업체에 대해 자격정지 결정을 내렸죠. 절차를 까다롭게 한 겁니다. 이어서 배를 타고 중국에 도착한 한국인의 선상비자 체류 가능 일수를 30일에서 7일로 대폭 줄였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여권 사본만으로 가능했던 한국인 관광 단체비자 접수 조건을 반드시 원본을 제출하는 것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조금씩 높아지는 수위의 끝에 뭐가 있을지 예상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가 한국의 재화와 서비스 수입을 제한하고 투자를 일부 유예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삼성SDI와 LG화학이 만드는 전기차 배터리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빼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끝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중국 시장을 노리는 전기차 업체들이 우리 업체의 배터리를 쓰지 않게 되는 겁니다. 중국 자본이 인수전에 참여하는 생명보험사 ING생명의 인수합병도 돌연 연기됐습니다. 특히 다음 달 중국의 중추절과 10월 국경절 연휴 대목이 다가오는데 중국이 어떤 보복조치를 내놓을지 몰라 관광업계는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보복으로 확대될 것인지 중국 정부가 칼을 거둘 건지는 다음 달 초 한중정상회담 결과에 달려 있을 거 같습니다.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일정인데, 사드와 관련한 외교적 해법이 나와야겠지요.
Q. 이런 조치들, 우리가 사드 보복이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거죠. 이 보호무역주의도 하반기에 걱정스러운 변수일 텐데요.
A.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동원하면서 돈을 풀어도 불황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죠. 이제는 각자 살길을 찾아서 보호무역으로 방어막을 치고 있는 겁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의 본질도 보호무역주의죠. 유럽연합이라는 틀안에서 영국의 이익이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한 결과입니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보호무역 기조는 거세지고 있습니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클린턴 후보 모두 자국의 경제 상황을 의식해서 자유무역협정, FTA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TPP 같은 기존 무역협정의 재검토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뿐 아니라 신흥국들까지도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죠.
Q. 앞서 브렉시트의 본질도 보호무역주의라고 말씀하셨는데 브렉시트의 여파도 아직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A. 브렉시트가 결정될 당시만 해도 사실 걱정이 많았죠. 금융시장도 단기적으로는 출렁했습니다. 그래도 우려했던 만큼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럽 주요국들에서 EU 지지여론이 하락세이고 이탈리아 등의 금융 부실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어서, 여전히 지켜봐야 할 변수입니다. 유럽 경제가 어쨌든 가장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EU의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의 산업별 실질 총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조선 11.4%, 자동차 2%, 전기전자에 5% 감소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A. 달러당 천 백원 위 아래로 하루하루 오르내림의 폭이 큽니다. 지난 10일에는 13개월여 만에 달러당 1100원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환율 하락 비상이 걸렸었죠. 이후로 1100원을 기준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의 환율 동향을 보면 브렉시트 여파로 잠시 반등한 6월 말 이후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니다. 주요 10개 통화 중 원화 절상률이 4%를 넘어서면서 1위를 차지했죠.
환율이 떨어지는 건 무엇보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해진 결과입니다. 글로벌자금이 신흥국으로 이동하는데 한국은 그 중에서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돼 투자 자금이 몰리는 겁니다. 여기에 S&P가 최근 우리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죠. 외국인 자금 유입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미국 금리인상 시그널이 조금 보인다 싶으면 다시 살짝 반등하는 그런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Q. 환율 하락, 무엇보다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되는 거죠?
A. 과거보다는 영향력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환율은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최대 변수입니다.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조 2천억 원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고 원화 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평균 0.8%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환율 하락이 맞물려 수출에 이중고를 주는 겁니다.
그래서 환율 하락은 통화당국에 금리인하를 압박하게 됩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외화가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올라가고 시중에는 통화가 많이 풀려 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경제는 가계 부채라는 뇌관을 안고 있죠. 쉽사리 금리인하 카드를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미국이 지난 4월 한국을 중국·독일·일본 등과 함께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이죠. 환율이 얼마까지 떨어지며, 우리 수출에 부담을 키울지, 또 결국은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지가 하반기 우리 경제의 흐름에 변수가 되는 겁니다.
Q. 국제유가 변수는 하반기에 어떤가요?
A. 유가는 급등락이 변수입니다. 올 초 20달러대에서 출발해 한 달 전 50달러를 넘었다가 다시 30달러대로 추락했었죠. '롤러코스터' 유가입니다.
Q. 말씀 들어보면 하반기도 우리 경제는 첩첩산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A. 수출은 지난달까지 19개월, 사상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을 했고, 경제성장률도 3분기 연속 0%대입니다. 제조업 고용지수, 청년실업 뭐하나 좋을 게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하반기 변수들까지 복병이 될 우려가 큰데 정부의 정책 대응 수단은 마땅치 않습니다. 재정정책으로 쓸 돈은 상반기에 조기집행하는 바람에 하반기에는 여유가 없습니다. 추경도 아직은 상황이 불투명하죠.
통화정책 수단인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라는 뇌관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하반기, 이렇게 첩첩이 쌓인 변수들을 헤쳐 나가야 하는 정부의 경제 해법도 고민이 많을 거 같습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논설위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