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앞두고 한가한 수원축협축산물유통센터 (사진=연합뉴스)
한우가격 상승,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폭염 등 '삼재'(三災)가 겹치면서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축산물 유통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추석 연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에 있는 수원축협축산물유통센터.
명절 대목을 앞두고 쇠고기와 돼지고기 입·출고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뤄야 할 이곳에 트럭 3대만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지난 설은 물론이고 명절을 한 달여 앞두곤 해마다 전국 고기 도·소매점과 중간유통업체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수원축협 유통기획팀 문모 차장은 "입·출고 데크에 고기를 싣는 차들이 꽉 차 있어야 하는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마치 모두 휴가를 간 것 같다"면서 "고기를 사가지 않으니 오더(주문)도 없고 유통도 없다. 체감경기가 너무 심각하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수원축협축산물유통센터는 예년에는 명절을 한 달 앞두고 한우 1천100∼1천300두를 부위별로 가공 작업해 150억 원가량 매출을 올렸습니다.
한우가 고급육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명절 선물로 수십만 원짜리 등심과 갈비 선물 세트가 불티나게 팔려나간 덕이 컸습니다.
한우 가격이 급등한 지난 설 때도 150억원에는 못 미쳤지만 그런대로 매출이 괜찮았지만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전혀 딴판입니다.
100억원은 고사하고 절반이나 올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고 상인들은 울상입니다.
축협 측은 한우 가격이 오른 데다 다음 달 말 시행 예정인 김영란법의 영향이 적지 않고, 이상고온이 지속하면서 고기를 찾는 소비자의 수요가 감소한 것을 '삼재'에 비유하며 축산유통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축협 관계자는 "올 여름은 너무 더워 휴가나 캠핑을 가는 사람들이 고기를 사지 않아 타격이 컸다"면서 "여기에 김영란법을 의식해 고급 한우 선물세트 구매를 하지 않는 것도 원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습니다.
축산단지인 충남 홍성에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올라가야 할 한우 거래량과 가격이 크게 줄었습니다.
홍성축협에 따르면 22일 현재 한우 가격은 전달과 비교해 1㎏당 500원가량 떨어졌습니다.
보통 한우 암소 한마리가 500㎏인 점을 고려하면 한마리당 25만 원가량 하락한 셈입니다.
송아지도 지난달보다 10% 이상 떨어져 암송아지는 36만 원, 수송아지는 50만 원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홍성축협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전이지만 한우 시장에서는 이 법에 따른 소비위축 분위기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면서 "법 시행 이후인 내년 설에는 타격이 몸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